친정집 집들이를 위해 백오십명분의 식사준비를 해 가느라 일주일은 준비작업으로
이박삼일간은 친정집에 가서 상차림 하느라 더운 여름날 더위를 느낄 여유조차 없이 지내고 왔다.
시골잔치라는 것이 당일 손님 치르는 일도 일이지만
며칠 전부터 각지에서 몰려와 온 집을 점령하고 몇날며칠 숙식을 해결하는
한가한 어르신네 치닥거리가 더 큰일이다.
이번에도 작은 종가인 우리 친정집 덕분에 거의 혼이 나갈 뻔 했다.
잔치음식 준비해 간 것 채 썰고 갈무리하는 것도 바쁜데
왜 그리 끼니 때는 빨리 돌아오는지...
열가지 정도 되는 음식들 중에 혹시나 가짓수 빠질새라 상마다 차린 것 확인하고
내 입에 밥이 들어올 차례가 간신히 되어도 더위에 물을 하도 많이 마셔서 밥생각도 안 난다.
잔치 당일에도 아침상 먹고 치우는 일로 한바탕 북새통을 치르고
어영부영 하다보니 손님들이 오시기 시작한다.
비빔밥에 놓을 나물 다섯가지와 황백지단을 만들다가 시간이 없어서 백지단은 결국 못 부치고 말았다.
게다가 한 오십여명분의 식사가 나가고 난 후에야 비빔밥에 미리 준비해 뒀던 무생채가 빠진 채로 나간 게 확인이 되었다.
혼자 만들면서 지휘를 하자니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문어숙회, 보쌈, 느타리버섯전과 호박전, 물오징어무침, 해초무침, 겉절이와 배추김치, 청포묵무침,
증편(일명 술떡), 과일, 비빔밥과 국물, 새우젓장, 쌈장, 초장, 양념간장까지 한가지라도 빠질새라 신경을 곤두세웠건만...
어쨋든 해가 지고 잔치는 끝났다.
숨돌릴 틈 없이 남아 계신 손님들 저녁상 차리고 치우고...
대부분 칠십이 넘으신 할머니들께 재롱 떠느라 흘러간 노래 몇곡 불러드리고
고스톱 치는 자리에 끼어서 돈도 잃어드리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간신히 잠자리에 들었다.
시골의 아침은 일찍 시작되므로 늦잠도 못 자고 일어나 아침식사준비를 하고 먹고 치우고...
끝끝내 남아 계신 손님들과 친정엄마는 그제서야 사우나겸해서 외출을 하였다.
차들을 배웅하고 돌아와서야 남은 음식들 갈무리 해두고 돌아올 짐을 챙겼다.
따라간 애들은 그 와중에도 누군가와 휩쓸려 날마다 물놀이를 하고 왔다.
그나마 애들이 보채지도 않고 잘 먹고 잘 자는 덕분에 무사히 잘 치르고 왔다.
돌아오는 길에 바로 밑의 여동생과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참석한 분들께 넘치는 칭찬을 들어서 몸둘 바를 몰랐지만 한편으론 뿌듯했다.
단지 대대로 유서깊은 집안의 종녀로서 할일을 했을 뿐인데...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자고 했지만 또 기회가 온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낫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은 지쳐서 꿈나라로 갔어야만 할 시간이지만 몇자 남긴다.
그래도 몸이 따라주니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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