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무언가로 풀지 않으면 해소가 될 것 같지가 않아
그림을 시작했는데...
에휴~!
그리는 첫날부터 그야말로 스트레스 투성이었다.
시간에 맞춰 가기 위해 일찌감치 졸린 눈 비비고 일어나
눈도 안 뜬 둘째녀석에게 옷부터 입혔다.
아침밥이고 뭐고 일단 출발...
가게에 산적해 있는 일들을 조수들이 오기 전에 수습하느라
빵과 커피를 그냥 대충 털어 넣었다.
그나마 한 조수는 어제 놀이공원에 가서 너무 심하게 논 관계로 못나온단다. ㅠ.ㅠ
일단 한 조수에게 뒷일을 마무리하라고 하고 옆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뛰어갔다.
첫날부터 지각이라 어디 앉아서 그려야 할 지 난감했다.
온다던 재료상은 한시간이 다 되어가도록 나타나지도 않고...
백장미가 가득 꽂힌 화병 주변에 과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것이 오늘 주제란다.
나만 빼고는 다들 오랜기간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라 솜씨들이 수준급이었다.
게다가 미술전공자도 몇명 있단다.
나 같은 취미생활자 얼뜨기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난 이제 망신살 뻗칠 일만 남은 게다.'
수강료고 뭐고 그냥 돌아나와버릴까 하다가
칼을 뺏으면 연필이라도 깎자... 싶어 엉거주춤 주저앉았다.
종이 오기를 기다리다가는 수업이 끝나게 생겨서 우선 급한대로 문구점에서 한장 샀다.
이십여년만에 스케치를 하자니 감각도 몽롱했다.
그야말로 개발새발 밑그림을 그리고 물감이 아까울 정도로 게칠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다 말고 한바퀴 돌아보니 나 빼고는 다들 화백이다.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못 버티겠다.'
"저 다음 시간에 안 보이면 더이상 망신당하기 싫어서 못 온 줄 아세요."
그래도 소리는 다 들리게 떠들었다.
완성도 못한 그림을 들고 나오면서 한숨이 나왔다.
진작에 다시 할 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