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에도 없던 휴일이라 단골손님들 발길이 거의 끊기자
옆건물로 쇼핑을 갔다.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들을 사가지고 나오다가 문화센터강좌 팸플릿을 들고 왔는데...
혹 들을 만한 강좌가 있나 살펴보다가 수채화에 눈이 고정되었다.
이십여년 중단했던 그림을 다시 그려 봐?
그간 그야말로 눈코뜰새없이 바빴던 지라 잠시 잊고 있었던 끼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래 일단 저지르고 보는 거야...'
전화로 확인을 한 결과 아직 수강생이 덜 찼단다.
그 길로 다시가서 수강신청을 했다.
매주 목요일 오전에는 수채화를 그리게 된 것이다.
물감과 빠레뜨는 오래 전에 사둔 걸로 쓰기로 하고 붓을 몇자루 더 개비했다.
두 도우미들에게 이 돌발사태를 알리고...
'내가 없더라도 뒷일을 부탁하노라.'
도우미 왈,
"잘 하셨어요. 진작 하셨어야 할 일이었잖아요?"
그리하여 난 내일부터 최소한 석달간은 일주일에 한번씩 무아지경에 빠지게 되었다.
참으로 오랜세월 묵혀두었던 손놀림을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잘 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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