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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국시


BY 그린플라워 2006-08-26

난 아마도 전생에 거지였었나 보다.
왜냐하면 체격에 비해 식탐이 많을 뿐만 아니라
먹을 걸 만들어도 아주 많이 만들어서
누군가가 불시에 방문을 해도 숟가락하나만 더 얹으면 되게 하곤 하니까.
며칠 전에도 만두를 만들었는데 만두피를 아주 넉넉히 만들어서
만두피가 남았길래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면 종류를 좋아하는 난 어제 점심에 잔치국수를 해 먹었는데
오늘 낮에도 뭘 만들어먹을까 하다가 어제 다시물 남은 것에다
만두피를 밀어서 칼국수를 해먹었다.

칼국수는 닭고기 육수에 삶아 먹는 게 제맛이 나지만
멸치다싯물에 각종 야채를 넣고 끓이니 그런데로 담백하니 먹을 만했다.

국수를 만들어 먹다보니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해주시던
안동국시가 생각 났다.
밀가루와 날콩가루를 섞어서 만든 반죽을
어린 우리가 보기에는 거의 무기에 가까운 길다란 홍두깨라는 것으로 밀었는데
그 국수 민 것은 엄청나게 넓고 밑의 글씨가 비칠 정도로 얇게 밀어졌다.

칼국수용 대자리에 그걸 곱게 썰어서 약간 꾸덕꾸덕해지도록 말린 다음
육수에 쫄깃하게 삶아서 갖가지 고명을 얹어 먹는데
거기에 양념장이 곁들여지게 되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맛이었었다.

열한식구가 사는 집에 식객들도 늘 끊이지 않았던 그 시절
어머니께서는 무슨 행사를 치뤄내듯이 그 국시를 만들곤 하셨었는데
지금은 홍두깨는 아직도 이사갈 때마다 따라다니지만
몇년 전부터 그 안동콩국시 맛은 볼 수가 없어졌다.

그 대신 가끔 안동국시를 만들어 파는 집에 가서
어머니의 그 손맛은 아니더라도 어린 시절의 그 먹거리가
그리워 그렇게라도 먹곤 하는데 제맛은 아니다.

어머니가 더 연로해지시기 전에 오리지널 안동콩국시를
전수 받아야겠다.
그리하여 아주 귀한 손님이 오실 때 정성이 듬뿍 담긴
그 옛맛을 대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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