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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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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와 치과


BY 돌모퉁이 꽃 2008-02-26

벌써 3번째다.

딸랑거리는 방울소리를 듣고 1시간가까이 기다리다 진료실까지는 들어간다.

의자에 앉기도 전에 온 몸에 힘을 주고 엉덩이가 최종목적지인양 더이상은 눕지를 않는다.

이래저래 여러방법이 있겠다만은 진료특성상 입을 열어봐야하니 누워서 아~~ 정도는 해주어야 의사선생님의 적절한 말씀이 있을터인데 꼿꼿히 세우고는 입도 꾹 다문채 5분이 지난다.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 난 드디어 협박조의 언성이 높아지고 한명 두명 비장한 각오로 다가오는 간호사들을 바라보며 울 딸 두눈에는 어김없이 눈물이 흐른다.

밀려있는 대기실의 환자들에게도 미안하고 난처해하는 의사선생님을  마주 볼수가 없을만큼 시간이 흐르면 난 패배자가 되고 승리자가 된 울딸은 딸랑거리는 방울소리를 뒤로한 그 순간부터 회심의 미소를 띈다.

아침부터 벼르고 별러서 갔건만 오늘도 역시 울딸의 회심의 미소를 보며 3번째 헛탕을 치고 왔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   꼬물거리는 녀석의 볼기짝을 있는대로 ?려주리라 결심하면서 씩씩거린다.  그래도 교양있는 엄마인척 병원에서 집까지 10여분을 꾹 참고 왔는데 집에 들어서자 울딸은 알아서 기기 시작하고 볼기짝을 보기도 전에 이런 엄마인 내가 너무나 한심한것 같아 애꿋은 걸레만 빨아댄다. 

중간에서 애먹는 울 신랑 세수도 안한 얼굴에 모자 눌러쓰고 나대신 울 딸 학원보모노릇하며 내 염장을 지르기 시작한다.

--내일은 잘 하겠지```  그만 마음 풀어.

으이구 말이나 안하면.. .. 내일 잘할 놈이 이렇게 3번이나 꽝을 만들어?

-----내일은 당신이 데리고 가.  이제 난 챙피해서 병원에도 못가겠으니.

쏘아대는 내모습 바라보지도 않고 슬그머니 등돌리는 울 신랑.

-----나야 데리고 가면 좋지.. 헌데 일가야 하잖아.  일않가고 아이치과 같이 가나...

꽝만드는 아이나 꽝일줄 알면서 소리지르는 엄마나 꽝될거 뻔하면서도 굳이 짚고 넘어가는 아빠나  다 똑같다는 생각.

허허 그래서 가족인가 보다.

치과공포증에 시달리는 울 딸은 보란듯이 양치질을 열심히 하고는 또다시 천사로 변신해서 잠이 들었다.

딸랑거리는 방울소리가 얼마나 큰 대포소리로 들릴지 울 딸의 고충울 백번 이해한다지만 기필코 내일은 성공하리라 믿어본다. 

울 딸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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