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부터인가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습관이 생겼다.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안녕을 말하고 뒤돌아서는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뒤돌아서도 계속 그 웃음을 짓고 있는가 하면서...
오랫만에 명절날 바리바리 보따리 싸주시며 두손 꼭쥐고 가라하시는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자꾸만 작아지지는 어깨를 보면...
조금더 참지 못하고 아침부터 야단맞고 대문 나서는 초등학교 아들놈의 축 늘어진 등뒤너머의 가방이 더욱더 무거워 보이면...
나도 모르게 쉽게 뒤돌아 서지 못하고 상대방의 뒷모습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입술이 마르고 그러면서 가슴한쪽 아리고 아파하다가 끝내는 눈물 한방울 떨어뜨리고 만다.
비내리는 오후 자그만 우산속에서 어깨 맞대고 걸어가는 두 남녀의 한쪽이 푹 젖어있는 남자의 한쪽 어깨를 바라보면서....
올망졸망 병아리같은 아이들이 손에 손잡은채 까르르 웃어대며 걸어가는 모습속에서..
갓난아이 혹여 다칠세라 온 팔에 힘주어 안고 있는 초보아빠의 자랑스런 넓은 어깨에서..
나도 모르게 쉽게 뒤돌아 서지 못하고 상대방의 뒷모습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부끄러워 피식피식 웃음나오고 그러면서 가슴한구석 벅차오르는 사랑에 행복해하다가 끝내는 온몸이 웃어버리고 만다.
뒷모습으로는 억지 웃음을 지을수 없고, 뒷모습으로는 가면의 화장도 할수가 없다.
내 감정을 속이려해도 내뒷모습은 날 그대로 내비치고 만다.
그래서 난 뒷모습을 사랑한다.
오늘도 난 진실한 내 모습을 너에게 보이기 위해 먼저 뒤돌아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