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내게..아니 여자들에게 친정이란 단어와 시댁이란 단어가 수식어처럼 붙게 되었다. 결혼을 하면서... 당연히 같이 살아왔고, 언제나 같이 살아 가는 줄만 알았고, 늘 같이 하는 줄만 알았던...우리집...친정을 떠나게 되었다.
물론 오빠들이 결혼을 해서 낯설지는 않았지만...내겐...낯설게만 느껴졌었다.
벌써...14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렸다.
14년.
누구나처럼 아이들 낳고, 시어머님 모시고, 남편 뒷바라지 하다보면,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세월이 흐르고 여자는 늙어가고 있다 한다. 그런데 난, 좀 다르다.그래 살아가는 모습이 뭐 별 다를가 싶지마는 비슷비슷한 모습속에서도 좀 다르게 살았고, 아직은 살고 있다.
육남매. 오빠 다섯에 막내로 나.
물론 오빠들속에서 귀염은 받고 자랐지만, 여자 형제가 없었기에...늘 혼자 결정하고 책임지려 하고, 어른처럼 의젓하고 싶었기에 어리광이란 단어는 좀 멀리 하려 했다.
우리 때 시절 생활이야 다 비슷하게 살았으니 풍족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고, 커다란 불편없이 자랐던 것 같다.
대학 2학년 때 아버지께서 돌아 가시고, 잠시 혼자만의 방황을 했던 적이 있었다. 내게만 유독 친구처럼, 약주에 거하게 취해서 가족들에게 힘들게 하셨어도, 내게만은 큰소리도 안치셨고, 나의 잔소리도 아무말없이 받아주시던, 늘 너무 편하게 해주시던 아버지께서 돌아 가셨다.
언제나 나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탓에 혼자 힘들어했었다.
나의 힘들어 하는 모습을 엄마께 보이면, 엄마의 마음이 아플까봐 내색도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