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서영이는 동거를 많이했다.
하지만 그 기간이 길진 않았다.
주로 남자집에 그냥 들어가 살다가 나오기가 다반사였다.
나는 그런 서영이가 이해가 되질 않았지만 미진이는 그런 서영이가 불쌍하기만 하다고 했다.
서영이가 불쌍한건지 서영이만 보면 안스러워하는 미진이가 불쌍한건지 지금은 너무도 헷갈린다.
"얼마전에 서영이가 만난남자가 있는데 처음엔 서영이가 싫다고 했거든...
또 예전처럼 그럴까봐, 근데 이새끼가 서영이 없으면 못산다고 생쑈를 했나봐
이 미련한게 저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지가 뭐라고 저 남자를 힘들게하나
그러면 안되지하는 생각에 좋게 대했나봐. 그러고도 남지. 서영이 그년이라면
그래서 같이 살다가 애라도 생기면 결혼하더라도 그냥 뭐 동거시작했지.
너한테 왜 얘기 안했냐면... 솔직히 너는 서영이 얘기라면 별로 관심도 없고
싫어하쟎아...남자는 괜챦아 보이더라고...인상도 좋고 성실하고....
한 7개월 잘산다했어. 지짝 만난줄 알았지. 뭐하는 사람이냐면...."
미진이가 좀전에 병원에서 한 말들이 하나씩 살아났다.
"뭐하는 사람이냐면 청소용역회사 다니는 사람인데....주로 고층유리닦는일이 전문인 사람이더라구....좀 위험하긴하지 그래도 회사에 속해있으니,
암튼 새벽에 일이 많았나봐.... 또 열심히도 하고...월급도 위험한 일이라 제법 많이 받고, 둘이 애낳고 결혼하고 잘살기만 하면 되는데....
남자들이란 알수없긴해. 그렇게 좋다고 난리더니만 지꺼 되니까 별 관심이 없어지나봐.... 딴데 눈을 많이 돌린다고...서영이가 그러데.
보기엔 안그럴것 같더니 여자를 많이 밝히는 남자라고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딱 이남자두고 하는말이야.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여자하고 자러간다쟎아. 그전엔 몰랐지. 하긴 알았으면 동거시작도 안했겠지...
처음에 한 두세달정도는 자제를 많이 했나봐. 서영이도 많이 챙기고, 근데 지버릇 어디가나, 꼭 일주일에 한번은 집에 안들어오길래 일때문인가 했다는데... 알고보니 그런거야. 그래서....."
숨도 안쉬고 얘기하던 미진이가 나를 힐끗 쳐다봤다.
"그래서 뭐 해결할 생각은 안하고 또 그은거야? 걔 미친거 아니니?"
내가 큰소리로 말하자
미진이가 손사래를 치며 또 얘기를 시작했다.
"왜 얘기 안 했겠어. 근데 그때 아마 임신6주째였다나. 마음이 다급했겠지.
예전에 겪었던 일들도 생각나고, 근데 그놈이 그 죽일놈이 자기는 그건 못끊는다고 그랬데. 그 여자랑 자는거...미친놈아니냐? 그래서 서영이가 이제 애아빠될건데 이제까지 일은 없었던걸로하고 다시 시작하는맘으로 애도 생기고 했으니까
뭐 그래저래 얘기를 했는데.... 아 이놈이 대번에 하는말이 그애가 지앤지 남의앤지 어떻게 아냐고 그랬데....망할놈이...
그러면서 서영이 옛날에 유산하고 죽을려고 했던거를 알더라네.
비밀은 없는것 맞아. 이제 그나쁜놈 떄문에 서영이 어떡해..."
똑같은 일만을 반복하는 서영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애는 어쩐데.... 유산시킬건가 또?"
말을 왜그렇게하냐면서 미진이가 나를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미진이도 걱정이라고 했다.
은근히 나도 서영이가 걱정되긴 했다.
마음의 상처가 얼마만큼일지 짐작이 가진 않았다.
내가 어릴때 엄마가 돌아가시고 그 여자가 파란대문을 밀고 들어설때의 그 기분만큼이나
참담했을까.
그래서 서영이는 뱃속에 자기핏줄이 꾸물거리고 있는데도 죽고싶었을까?
택시안이 후끈거렸다.
사람들이 나를 욕하고 비웃는 것만 같았다.
서영이가 사고를 치고 일을 저질렀는데 왜 내가 이렇게 가시방석일까?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기절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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