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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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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에 -3-


BY 원두커피 2006-05-18

3

 

 

 

“오늘은 마감날입니다.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미루시는 고객분들의 마음을 오늘 확 잡아당겨서 다음달에 휴가 가야지요.“

아침부터 지점장이 볶아댄다.

이번달에는 아직까지도 다음달 받고자하는 월급에 못미치는 실적이다.

오늘은 못해도 2건을 해야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다음달에 휴가라.... 잊고 산지가 얼만데.....

아침조회가 끝나고 누구한테 전화를 해서 만나야 할지 고민하며 전화번호부책을 뒤적거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가 오늘 만나서 아쉬운 소리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것이 새삼 서글퍼졌다.

옆에 앉아있던 박언니가 말을 붙인다.

“자기는 오늘 얼마할꺼야?  이번달에도 마감할꺼지?‘

남의속도 모르고 ....

박언니는 나보다  10살이나 많다.

보험일을 한지는 5년째 된다고 했다.

남편이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고 전업주부였던 언니는 남편대신 팔을 걷어붙였다고 했다.

그 집은 남편이 가정일을 하고 언니가 바깥일을 한다.

처음에는 남편이랑 많이 싸웠다고 했다.

하긴 이 보험일이라는 것이 2년은 공을 들여야 하는 일이긴 하다.

2년동안 공을 들이고 나면 2년이 지나서는 월급도 어느정도 고정적으로 나오게 된다.

공을 많이 잘 들였다면 월급을 제법 많이 가져갈 수 있다.

남편도 1년동안은 집안일을 조금 힘들어 하고 그런 자신에 대해 우울해 하더니 요즘은 아주 잘 한단다.

익숙해져 버린 것이겠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그런 박언니는 굳이 마감을 하지 않아도 제법 많은 돈을 월급으로 챙겨간다.

그러면서도 주위를 많이 의식하고 심지에는 이죽거리기까지 한다.

좋게 생각하면 저런 애착이 있으니 ‘성공한거겠지...’ 싶다가

오늘처럼 옆에서 이죽거리면 ‘저 여편네가 일도 안되서 죽겠는데 약올리고 있네.....’ 하는 못마땅한 생각이 든다.

“몰라. 언니는 좋겠수. 일 안해도 돈 많이 챙겨갈 수 있어서.....

나는 발바닥에 땀내러 나갑니다.“

얼른 주섬주섬 챙겨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다.

오늘은 마땅히 갈 데도 없고 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갈까?

하다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중에 또 회사가 들어가야 되는데....

버스 정류소에서 10분간 고민하다 저번달에 보험가입을 해 준 동네 미용실 언니한테 가기로 했다.

그 언니는 미용실을 하고 있으니 갔다가 없어서 낭패보는일은 없다.

또 나를 좋게 봐서인지 미용실에 가면 정말 살갑게 대해준다.

형제가 없는 나는 그 언니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원래 성격이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지라 남들이 보면 뭔가 불만이 많은줄 아는데 다행히 그 언니는 이런 나를 이해해 줬다.

언니는 올해 나이가 35인데 아직 결혼을 안했다.

예전에 정말 살아보고 싶은 남자가 있었단다.

물론, 그남자도 언니와 결혼하기를 바랬는데....결국은 못했단다.

그때 그남자가 - 그러니까 언니가 31일때 - 37이었는데 만날때는 정말 몰랐는데 본격적인 결혼얘기가 나오자 그 집 엄마가 언니네집 가난하다고 말렸단다.

37인 이 남자 얼마나 마마보이였는지 설득도 고집도 한 번 안해보고 헤어지자고 하는데 어이가 없고 배신감마저 들었다고 했다.

그러고 언니는 마음을 굳게 다졌는데 돈이나 벌어서 편하게 살자로......

남자들이란..... 알 수가 없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라면 사랑했을텐데....

다른이유도 아니고 가난해서 엄마가 반대한다고 그만두다니......

“언니야... ”

미용실 문을 열었다.

아줌마 서너명이 언니와 수다를 떨고 있다가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머리를 가볍게 숙여 인사를 하고 내자리인양 소파 한쪽에 아무말없이 가서 앉았다.

언니가 왔냐는 인사를 미소로 대신했다.

끊었던 수다를 아줌마들은 이내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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