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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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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에 -1-


BY 원두커피 2006-05-17

 1.

 

아직까지도 연락이 없다.

어쩌면 영원히 연락이 안 올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카락을 한올한올 뽑는 듯이 어지럽다.

아주 먼 일이 될 줄 알았는데 어느샌가 내 옆에서 나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내가 10살되던 무렵에 나의 엄마는 내가 알지 못하는 병으로 죽었다.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면 병에 걸려 죽은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근데 그 다른 이유라는 것이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틀림없다.

분명히 그 알량한 돈 몇 푼과 허름한 파란기와장으로 덥힌 작은 집 때문이었을 테지만 그렇다고 10여년을 같이 산 엄마를 병으로 몰아 아니 확실하게 말하자면 병에 걸리게 해서 죽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과연 엄마가 돈이 많았다면 엄마는 그렇게 죽었을까?

엄마와 같이 살던 아빠는 나의 친아빠다.

그치만 나는 친아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마음이 편하니까 그리고 원망도 하지 않을수 있으니까... 핏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마땅히 갈 곳이 없다.

그렇다고 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를 구더기 쳐다보듯 하는 아빠와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나는 어쩔수 없이 그 낡은 엄마의 빼앗긴 파란지붕 아래서 같이 생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20년을 더 살았다.

정말 힘들고 슬픈 일이었지만 .....

내나이가 30이 되도록 난 그 파란지붕과 핏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그 아빠에게서 떨어져 나오지 못했다.

지금 그 집에는 또다른 한명의 여자가 살고있다.

나보다는 10살이 많고 아빠보다는 10살이 적은 항상 화장을 짙게 하고 입술엔 무슨색을 바르던지 간에 입술라인은 진한 갈색을 굵게 칠하고 눈에는 쌍꺼풀을 만들어주는 1회용 아이참을 붙이고 있는 - 벌써 1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여자가 엄마의 허름한 파란지붕으로 아빠와 살겠다고 들어온건 엄마가 죽고 2년 뒤였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었나 싶다.

그 여자가 온 뒤로 아빠는 나를 더욱더 못마땅해 했고 그 여자 역시나 나를 아빠가 싫어하는것보다 더 싫어했다.

한마디로 그나물에 그밥이었던 것 같다.

아빠는 그 여자를 먹여살리는 가장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그래도 보수가 괜찮았던 배를 타기 시작했다.

원양어선 선원이 되었던 것이다.

엄마가 살아있던 때에는 그렇게 일하기 싫어하고 놀기만 좋아하던 사람이 바뀐데에는 그 여자의 힘이  그 알지못하는 무언가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무엇인지 잘알지만 그렇게 까지 엄마와의 사이가 안좋았던 것이 왜 그여자와는 유독 사이가 좋았었는지 지금은 잘안다.

나도 나이가 30이되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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