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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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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달린 개짐


BY 해빙기 2008-10-17

 

제 1관문에서 표를 끊어 10분 정도 걸어 올라와서 였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2007년 들어서 무료화 되었지만
문경세재 관문이 있는 조령과 같은 산줄기인 주흘산은
도립공원으로 입장료를 받고 있음. '왕건'의 촬영지가
보존되어 있고 산을 오르기 전에 '대조영'의 촬영 팀
버스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산을 올랐는데 내려오다 보니
여러 대의 버스와 승용차가 촬영지 여기저기에 그대로 있다.
주 건물 밖에서 불을 피우는 이에게 ('대조영'의 관계자)
엑스트라 필요한 하면 먼데서 부르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
쓰라고 함께 간 회원이 싱거운 소리를 했더니 보증금을
집어넣으란다. '보증금 외상 하자,는 말에 피식 그가 웃고 만다.
내려 올 때 시간이 6시였는데 촬영은 야간에 있다고 한다.

 

주흘산 등산은 2004년 늦가을 11월에 한번, 2005년
이른 봄에, 그리고 이번이 세 번 째가 된다.

1관문에서  주흘산을 올랐다가,
2관문 쪽으로 내려오는 길을 택하는데 2관문 쪽 내려오는 길이 그리 편한
길은 아니다.

경사가 심해서 더러는 멀미가 나기도
하고 산을 내려와서 2관문까지의 짧지 않은 평지 길은
지루해서 피곤이 몰려오면 발걸음까지 무거워진다.

겨울 산행에 아이젠이 준비물 1 순위임에도 불구하고
준비를 소홀하게 하여 상당히 고생을 하였다.

1관문에서 해발 987m 까지는 어려움 없이 올랐지만
정상까지 0.5Km를 남기고는  내린 눈이 녹지 않고 다져져서 얼음판 길이 되어 있었다.

2관문 쪽 주흘영봉 쪽으로 내려오는 길 또한  곳곳이
얼음판으로 아무리 조심을 해도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넘어진 바로 옆에 날카롭게 솟은 돌로 인해 뒤 따라 오는 사람을 더 놀라게도 하였다
다 내려와 평지에서는 제대로 넘어졌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손을 짚었는데
왼쪽 손목에서 팔 뒤꿈치까지 타박상을 입었다.

 

 

 

산행을 시작해서 10분쯤 걸었는데 다들 멈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준비를 소홀하게 한 탓에 발이 아프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은 신여사 남편이 회원들을 멈추게 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게 되었다.
사실 이런 문제는 남편보다 회원들에게 말을 했을 때
더 빨리 방법을 찾게 되기도 한다.

우리 모임에 없어서는, 그가 등산이나 모임에 빠지면
그날 모임이나 등산의 재미가 반감 될 정도로 재치와 유머가 뛰어난

ㅈ여사가 그것이 최고라며
남편에게 얼른 사오라고 재촉을 한다.

 남편은 한라산 산행 때  삐긋했던

허리가 아프다며 집에서 나올 때부터 영 힘들어했는데 여러

사람이 재촉하자 올라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간다.

남편을 잘 아는 회원들은 검은 봉지에 필요한 물건을 사들고
돌아오자 모처럼 집사람에게 좋은 일 했다고 다들 박수로
맞아 준다.

사실 남편 혼자 내려보내고 마음이 좀 불편했었다.
그렇게 시켜 본적도 없고
남편이 그 물건을 구입하기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처음 있는 일이다.
하여간에 경천동지 할 일이다.

 

기다리는 동안 한입 크기로 자른 찰떡을 꺼내 회원들
입에 하나씩 넣어주고 단체 사진도 두어 커트 찍었는데
오지 않아서 마중 삼아서 내려갔다.

 

남편이 사온 물건을 신발 바닥에 붙이고 신발끈을 묶는데
동갑내기산악부장이

 

"어허 발에도 새는 가비네유" 한다.

 

푸-하 하하하하

 

잠시 무슨 소리인 줄 몰랐다가 웃음보가 터졌고
하여간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어제 토요일
생활체육회에서 주관한 걷기 대회가 있어
5km 걷기를 하고, 물론 뛰는 사람도 있다.
양성을 구분해서 1-5등까지 기념 메달을 주기 때문이다.

어딜가나 등수를 가려야 잼나는 걸까?

등산화를 신고 나갔다가 신발 밑창이 젖어서 
말린다고 빼 두었다, 그냥 신발을 신고 나왔던 것이다.
밑창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발바닥에 모래가 배긴 것 같아서 영 걷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신발 깔창으로 최고로 치는 것이 신소재 '개짐'이란다.
남편은 최고로 좋은 것을 샀다며 날개 달린 것을 내어 놓는다.
양쪽 신발에 하나씩 두 개를 붙였다.

나머지를 여성회원들에게 나누어준다고 했더니
다들 웃으면서 고개를 살래살래 흔든다.

 

"어허 발에도 새는 가비네유"

 


날개 달린 개짐이 하루종일 나를 웃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