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 25시
얼마전부터 해장국집에 취직을 하여 저녁 6시부터 새벽 4시 까지 적당한 보수를 받고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전 처음 하는 식당일이라 많이 망서렸지만 살림 경력 25년을 밑천 삼아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낯설고 황당한 분위기에 적응 하는것이 좀 어렵긴 했지만 어데가도 잘 어울
리는 성격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지내게 되었습니다
메뉴는 우거지 뚝배기 콩나물 뚝배기 뼈다구 해장국 반찬은 잘익은 깍두기에
매콤한 풋고추 새우젓갈 그리고 날 계란 추가등입니다
시간대별로 손님 들 특색이 있는듯 했습니다
초 저녁에는 퇴근 하는 셀러리맨들이 주를 이룹니다 식당주변에는 은행이랑 증권회사
그리고 보험회사등등 사무실이 움집해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지만 츨츨한 배를 안고
김대리도 이과장도 우리집 시원한 우거지 국에다 수주한잔 곁들이면서
윗상사로부터의 스트레스 동료지간의 불화 등등 사무실의 하루를 스케치 하면서
얼어붙은 몸을 녹이고 내일을 위해 서로 토닥거려주며 위로가 되어주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서빙을 하는 우리 아지매들 은 종종 걸음으로 음식 나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어서 오이소 춥지예 콩나물 할거지예”
오래근무한 아지매들은 손님 취향도 미리 알고 있습니다
“아이고 아지매요 잘지냈는교 우짜마 더 이쁘짓습니데이”
“사장님은 회춘 하시느듯 하네요 아이고 부그러버라 호호호 ”
이쁘다는 손님 칭찬은 거짖인줄 알지만 아지매 발걸음은 가볍고 무거운 뚝배기 무게도
잊게 됩니다
가끔씩 기분 좋은 거짓말은 상큼한 비타민 이 되기도 하지요
“잘먹었십니데이”
“고맙십니더 또 오이소”
우루루 나가는 손님들 뒷자리에는 식탁 가득히 어지럽지만 우리는 깨끗이 딱고
새로운 손님을 맞기 위해서 출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밤이 조금
짙어 지면 졸리는 두눈을 비벼가면서 손님들 시중을 들기도 합니다
12시가 지나면 붉으레 하게 술에 취해서 들어오시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속풀이 해장국이지요
어떤 손님들은 주문한 뚝배기가 나오기도 전에 내집인양 벌렁드러 누워서 코를 고는 손님도
있습니다
“야 이놈아 여가 너 집인줄아나 퍼득 일나서 먹고 나가자”
퍼뜩 일어나자는 아저씨들은 뚝배기 한그릇 다 비우고 소주를 주고 받고 소주병도
삶의 이야기 처럼 한병 두병 쌓여 갑니다
중년의 아저씨들의 가슴은 12월에 부는 새벽 바람보다 더 차고 시리다는 것을 또 다시 실감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쉰 목소리로 꺼이 꺼이 울기도 합니다 당황해서 겁이 나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시대 중년의 자화상인듯 합니다
아이들 등록금은 자꾸 오르고 들어가는 생활비는 감당이 불감당이라 늘어나는 마이너스
통장마냥 중년의 한숨은 깊어집니다
새벽 세시쯤이면 꼭 들리는 손님이 있습니다
그 아저씨는 낮에는 용역 회사에 근무 하고 밤에는 대리 운전으로 수입을 올립니다
아저씨 말에 의하면 선천성휘귀병을 앓고 있는 13살난 아들이 하나 있다고 /////
아이 치료비를 감당하느라 아저씨의 자유는 몽땅 오로지 돈버는데만 구속이되어
올가미 아닌 올가미 인생을 사는듯 했습니다
집 사람도 저 처럼 식당 주방일을 하지만 불어나는 아이 치료비마련 하기는
힘에 버거운가 봅니다
“많이 잡수소 그래야 돈도 많이 벌지요”
공기밥 하나를 갖다드리면서 아저씨께 조심스례 건네 봅니다
“오늘 수입은 짭잘 하지요 ”
“아이고 말도 마이소 더러븐놈 한테 걸려서‘
술이 거나한 손님 모시고 아파트 입구 까지 갔는데 술취한 손님은 나 돈없다
내 배째라하더랍니다
아이구 재수 옴 붙었다고 아저씨는 투덜 투덜 댑니다
주 거래 손님이 취객들이고 하니까 이런 경우도 비일 비재 한가 봅니다
시내 단거리 손님부터 시외로 니가는 장거리 손님들 쉬운 코스 힘든 코스 가리지 않고
열심히 오로지 자식 하나 위해서 지치고 힘들어도 내색 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대리기사 아저씨를 보면서 나 역시도 열심히 살아야 겠노라고
그리고 건강한 몸 타고 났으니 행복 하고 감사 할뿐이라며 주문을 외어 봅니다
신기한 신약이 개발되어서 마슬처럼 아저씨 아들이 짠 하고 완쾌되길 기도 해 봅니다
날씬한 아가씨들이 한마당 들어 옵니다
이쁜 아가씨들은 유흥업소에 근무 하는 아가씨들인데 화장으로 숨겨진 아가씨들의 사연역시나 가슴이 아픔니다 선입관 가진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기에 버거운듯 담배연기만
하얗게 날리며 술잔에 다 눈물을 채우듯
술을 채우는 아가씨의 아픔을 이제는 나도
조금은 이해를 할 수가 있습니다
나역시 그들에 대한 선입견으로 그들을 대 했다는 사실이 부Rm러웠습니다
오늘도 동생 학비를 벌기 위해서 만신창이가 돼버린 아가씨는 오로지 돈만을 추구 하는 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한 처절한 하루 하루 를 살아 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숨겨진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벽에 붙어있는 티브이 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경기가 나빠져만 간다고 이제는 질식해버릴것같은 뉴스가 끝이 없습니다
선량한 시만들은 언론을 99퍼세트 믿고 살아갑니다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지 않아도 우리의 경제 사정이 최악의 수준이란것 피부가 아니라
뼈속 깊히 느끼고 있습니다
바라건데 언론은 희망없는 뉴스는 그만 자중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가 오지도 않은 내년을 미리 걱정하게 만들 필요는없을것 같습니다
약간의 돈이 주머니에 있어도 너도 나도 경기 않좋다고 워낙 노래를 해대니까
시민 들은 더욱 움츠리고 우리의 12월 은 난방되지 않은 보금자리 처럼 더 차거워지는것
아닌지요
부디 뉴스를 들으면 빵끗 빵끗 웃을수 있는 날이 와서 우리 모두가 새봄을 맞을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해장국25시는 이어지고
내 앞치마에는 물 마를 날이 없지만 그 흔한 송년회 같은거 한번 못 하고 지나가지만
그래도 열심히 열심히 건강한 몸을 종잦돈 삼아서 힘차게 살아 갈랍니다
이미 제눈앞에는 봄이되어서 파릇 파릇 물 오른 보리밭에서
종다리가 노래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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