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나 한듯이오늘도 12시가 지나갑니다
가을밤은 처량한 귀뚜라미 소리따라 깊어가고
휘영청 밝은 달은 수심많은 이내 가슴을 울립니다
울 남편은 거의 한달여동안 12시이전에는 코배기도 안보이니
참자고 참자고 인고의 세월로 마음을 삭였지만 어제밤에는 나의
인내력은 한계를 넘어서고 폭발했습니다
띵동
새벽한시가 되어서야 벨을 누릅니다
이웃보기 남사시러버서 얼른 문을 열었습니다
역겨운 술냄새를 묻힌 남편이 또 강아지 신발을 들어보입니다
이남자는 강아지 신발 에 한이 맺힌 귀신이 붙었는지 술만 삐리하게
취하면 코딱지만한 강아지 신발을 사다 나릅니다
술취하고 고독한 자기를 알아주는사람은 없고 그맘 알아주는게
유일한 우리집 강아지라면서////
“야 인간아 내가 강아지 보다 못하나 그놈의 강아지 신발 없어서
못 댕긴다나 인간아인간아
나 죽고나면 강아지 끌어안고 잘 살아봐라
그 양파즙은 왜 안사오나 나 죽으마 사오낄가“
강아지 신발을 패대기 쳤더니 강아지는 쇼파 구석으로 숨어버리고
남편은 멍하니 서 있습니다
“그래 인간아 나도 성질 있다 내가 가만히 있은니깨 가마때기인줄
알았나 천만의 말씀 만만의 꽁떡이라고/////////“
순둥이 여편네 발악에 잠시 놀라는듯하더니 강아지를 끌어안고 안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들어줄놈이 있어야 하소연도 하지요
“아이고 개도 안물어갈 내 팔자야 우리집 깜실이 (애완견 이름)보다 못한 내신세야”
쭈루루 눈물이 흘러내리고 지나간 남편과의 역사가 소주잔에 필름처럼 지나갑니다
혼자서 소주잔을 홀짝거리며 주방 벽을보고 하소연합니다
무뚝뚝 하기로 두 번째 가면 서러워할 갱상도 남자를 만나서 부부의 연을 맺은지25년이 흘러가지만 실로 내가 행복 해서 웃은 날이 며칠이나 될까 싶고 정없는 남편에
고집스럽게 엄하신 홀 시어머니 시집살이에 참았던 고통이 밀려와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게 자꾸 밀고 올라와 꺼이 꺼이 울다 보니 아침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이 집안 가장인데 하는 생각에 시원하게해장국을 끓이고 아침상을
차렸습니다
남편은 아무 일 없었다는듯이 밥 한그릇을 다비우고
또 아무말도 없이 출근을 합니다
“잘 댕기 오이소”
미운 뒤통수를 보고 대답없는 인사를 합니다
아참 양파즙에 대해서 쓸려고 했는데 신세한탄만 했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한 이년전부터 가슴이 울렁거리고 조금만 걸어도 쌕색거리는 증세가 자꾸 심해지길래
병원에 갔더니 고혈압이라고 주의를 하라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남편은 무슨 애처가인것처럼 가는데 마다 고혈압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내게는 들은 정보를 숙지 시켰습니다
평소에 술을 조금 사랑하는 나에게 금주령이 내려지고
부부동반 모임에 나가면 노릇노릇 하게 구워진 삼겹살에 소주한잔 캬아
하고 걸치는 사람들 때문에 침이 골깍 넘어가도 남편의 마누라 건강 관리
때문에 난 그냥 참아야만 했습니다
그날 모임에서 누군가가 양파즙이 혈압에 도움이 되니 한번 먹어보라고 했습니다
남편하는말 “그거뭐 어렵나 내가 내일 당장 해주꾸마”
그러길 일년이 훨씬 지났지만 양파즙 구경도 못했습니다
물론 내가 사다먹어도 되겟지만 언제나 애처가인양 밖에서는 폼잡고 댕기는 남편 때문에
두고볼 요랑으로 기다리다가 한으로 남아 어제는 기어코 폭발을 했던겁니다
밤새 울면서 홀짝인 소주 덕분에 머리도 아프고 청소할마음도 없고 해서
속만 부글거리며 뒹굴고 오늘 낮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띵동
“누구세요”
“백세 건강원입니다”
무신건강원 주문 한것도 없는데 이상하네
현관문을 열었더니 평소 안면있는 건강원 아저씨가 양파즙은 내려놓았습니다
그것도 다섯박스나///////
“아지매요 아저씨가 전화로 주문했는데 결재는 아지매 한테 하라카데요”
오마이갓
계산을 하고 나니 황당해서 헛웃음이 실실 나오더군요
잠시후 남편 전화
“양파 왓디나 인자 실컷 무라 오늘은 일찍 갈기다 뚜뚜”
평소와 한치도 다름 없이 자기 용무 끝났다고 전화를 끝어버립니다
“이 화상이 이제는 내 보고 양파 실컷먹고 죽으라 이말이제
이문디이 우야마 좋노“
거실 가득 쌓인 양파즙을 쪄려보며 독수 공방하고 있습니다
갱상도남자도 다른사람들은 그래 무뚝뚝하지 않다고들 하는데 유독 우리남편만 그런지
말많이 한다고 나라서 세금 거두는 일도 아닌데 왜그리 말을 아끼는지
입안에 곰팡이 슬까 심히 우려되는 수준입니다
얼마전에 황당한 약봉투생각이납니다
시댁에 추석성묘하는데 밥해다 나른다고 혼자서 동동거리며 쫓아다녔더니
조금 무리를 햇는지 돌아오고 이튿날에는 열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것이
상태가 말이 아니였습니다 병원갈 엄두를 못내고 혼자서 끙끙대다가
남편을 찾았습니다
“보이소 내가 이래저래 상태가 심하니 약좀 사오이소”
“알았다”
정없는 남편은 무 짜르듯 전화를 뚝 끊었습니다
두터운 겨울 이불을 뒤집어쓰고 보일러를 틀어놓고 깜빡 잠이들었는지
눈을 떠보니 남편이 자고 있었습니다
열이 조금 내린듯해서 깨우려다 그냥뒀습니다
그 이튿날
남편은 출근하고 겨우 병원엘 댕겨 왔습니다
“우짜마 마눌이 그래 아파서 약좀 사오라했더만 그것도 안하나”
원망을 하면서
병원약을 먹고 저녁에 청소를 하다보니 전자랜지 위에 약봉투가 있었습니다
남편이 사온것이 분명했습니다
남편은 그냥 지가 알아서 찾아먹겠지 생각했겠지요
이렇게 말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사회 생활은 어떻게 해서 부하직원들
관리하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요즘은 의학이 하루가 다르게 발달한다고 하는데 말없는 사람 말좀하게
하는약 같은것은 개발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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