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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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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 꼬랑지


BY 단미 2006-09-20

언니야  오늘은 내캉 미숙이 차레다

 

대청 마루를 닦던 동생이 걸레질을 하다말고  새까만 눈동자를 굴리며

말합니다

"그래 맞다 오늘은 네 차레다"

 

그때만 해도 군겆질 거리가 귀하고 동네 한집있는 가계는  왕사탕도 있고

꽈배기 과자도 있고 쫀드기도 있었지만 가난하고 식솔많은 우리집에  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였습니다

유일한 간식거리 중에 하나가 엄마가 반죽해서 홍두께로 밀어서 만든 칼국수

꼬랑지입니다

 

그래서 칼국수 하는 날은 심부름도 잘하고 제각기 시키지 않아도 마루닦고

돗자리 펴고 국수판데기도 제 자리에 놓아두고 우리키 두배나되는 홍두께도

질질 끌어다 놓고  밀내음 폴폴나는 밀가루포대도 얌전히 가져다두고

반죽할 커다란 양은 다라이도 내놓고 반짝거리는 다라이 에  얼굴을 비쳐보면서

히히거리며 밭에 나간 엄마를 기다립니다

 

하루종일 뙤악볕에 거슬린 엄마가 땀을 흘리며 들어오시고 시원한 냉수 한사발 들이키고

국수반죽을 하기 시작 합니다

 

언니는 마당 한켠에 드럼통을 잘라만든 아궁이에다 불을 지피고 물을 끓이기 시작 합니다

 

나는 텃밭에 매달린 새파란 애호박 하나를 뚝 따서 엄마 곁으로가 쪼그리고 앉아서

요술처럼 늘어나는 반죽을 보며 군침을 꼴각 삼킵니다

 

오늘은 내 차레는 아니지만 동생한테 한입 얻어 먹을 테니까요

 

이윽고 멍석만한 반죽이 끝나고 엄마는

"엣다 이건 미숙이 거고  이건 너미 거다  싸우지 말고 나눠  먹어라"

하시며 국시 꼬랑지 두개를 던져 주십니다

 

국시 꼬랑지 당첨에 좋아하며  언니가 있는 아궁이로 갑니다

 

"언니야 이거 꾸워 먹자"

우린 부지갱이로 살살 돌려가며  보릿짚 타닥타닥 타는 아궁이곁에서 땀을 흘립니다

비눗 방울처럼 동그랗게 볼록 볼록 밀가루가 익어 갑니다

 

노릇 노릇 하게 구워지면 호호 불면서  서로 나눠 먹었지요

지금 생각 하면 밀가루 구운게 무슨 맛이 있었겟냐 싶지만  그때는 최고의 군것질이였지요

 

마당에 는 멍석이 깔려 있고  아버지께서 모깃불을 지피시면 쑥 냄새 나는 연기가 피어올라 모기를 쫓아 냈습니다

 

두리판 펴고 많은 식구들 죽 둘러 앉아서 칼국수를 한그릇  씩 맛있게 비웠습니다

 

그때 우리집에는 티브이 가 없었습니다

엄마가 들려 주시는 여우 이야기에  깔깔 웃기도 하고 어떤날 밤에는 무서워서

뒷간엘 가지 못하고 자는 언니 깨워서 같이 가기도 했지요

 

엄마 이야기가 깊어가고  배가 슬슬 고파 오기 시작 하면

아버지께서 모깃불 속에 묻어둔 구운 감자랑 옥수수를 먹으며 즐거웠습니다

 

까만 밤하늘 에서  흘러내릴듯한 별들이 빛나고

이따금식 들려오는 풀벌레소리에   밤이 깊어갔습니다

 

우리집에는 내 위로 오빠 그리고 언니  두여동생 막내 남 동생 이렇게 여섯이 함께 자랐습니다

 

어릴 때는 식구가 참 많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엄마 혼자서 지키는 친정집이

허전 하기만 합니다

 

이따금씩 모이지만 나이드신 엄마는 많이 외로울겁니다

 

이번 추석에는 모두 모여서 도배도 하고 장판도 깔려고 계획 하고 있습니다

 

옛날의 국시 꼬랑지

이번에 다시 한번 맛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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