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전 9월 초이례 이른 아침
한많은 세월 뒤로 하시고 바삐 서둘러 저승길로 향하신 아버지
고만 고만한 육남매 뒤로하고 떠나시는 길이 서러워서 차마 눈마저 감지 못하신채
한마디 말없이 아주 멀리 다시는 돌아 오지 못할 먼길 떠나셨습니다
하루 아침에 가장을 잃고 아버지를 잃은 우리 가족의 가슴 에이는 아프고 서러운 세월의
시작이였습니다
그해 아버지 산에다 누이고 돌아오는 가을산에는 단풍이 피를 토하는 듯이 진저리나도록
빨갛게 물들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골산길에 바람도 숨죽이며 우리의 울음을 삼키고 있었습니다
우리 가슴에 쌓여가는 한소리를 바람도 알고 있었겠지요
찌들게 가난하기만 했던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셔서 한평생 일만 하시고 고생만 하셨던 아버지
당신께선 얼마나 부지런 하셨던지 모두들 새벽 노고지리라 하셨지요
참으로 부지런 하시고 일만 하셨던 아버지
아침에 눈 뜨면 먼산길 한걸음에 달려가셔서 땔감부터 한지게 하시고
하루일과를 시작 하셨던 아버지.....
지게 가득 쌓인 땔감을 힘겹게 지고 집으로 들어오시던 모습이 아직도 쟁쟁 합니다
그시절은 어찌 그토록 찢어지게 가난 하기만 했는지........
일은 해도 해도 끝이없고 한여름 뙤악볕에 삼베가 절어서 낡아지도록 밭을 메도
육남매 먹이고 공부시키기엔 항상 역부족이였지요
농사 방면에서도 뛰어나셔서 특수 작믈을 많이 하셨지만 수확시기엔 가격이 폭락하고
온 여름 흘린 굵은 땁방울은 아버지 가슴에 눈물이 되어가고 늘어나는 부채에
숱한 많은 밤들을 가족 몰래 아파하셨을지.......
참으로 열심히시고 호인이셨던 아버지께선 인정이 많으셔서
끼니 구걸하는 불쌍한 이들 집으로 다 데리고 오셔서 배불리 먹이시며 줄어드는 쌀독 때문에 엄마께서
주시는 눈총도 호탕한 웃음으로 덮어두시기만 하셨지요
일제 치하에 6.25에 그렇게 힘든 시기 다 몸소 부딪혀가면서 살으신 세대들
우리 아버지 세대는 오직 일만 할줄 아셨던 어르신들인 것 같습니다
두 번 다시 지나가지 않을 세상을 먼저 가신 아버지께
부디 평안한 날들이길 염원 합니다
남겨진 육남매들 지고지순라신 엄마의 사랑으로 손바닥이 갈라지고 허리가 휘는 엄마의
힘으로 모두들 반듯하게 자라서 세상에 부끄럽지 않게 제 몫을 다하면서
인정 받으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모두다 아버지 어머머니의 은공인줄 잘 알고 있습니다
몇해전 아버지 제사전날밤 제 꿈속에 나타나신 아버지
하얀옷 깨끗이 입으시고 조상님들과 함께나타나셔서 그 인자하신 웃음으로
우리들이랑 손자들을 안아주시던 그 모습을 전 평생 잊지 않으려고 보물처럼 아끼면서
기억이 사라질까 한번씩 되새기곤 한답니다
아버지께 어리광만 피던 철없던 딸들이 이제는 중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도 나이들어가면서 이제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항상 우산을 준비할수
있는 여유로움을 배우고 작지만 나눌수 있는 마음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가난 하지 않고 걱정없는 세상에서 저희를 지켜 보시면서 웃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저희들 때문에 병들고 쇠야하신 어머니 아프지 않게 오래오래 머물다
아버지께 돌아가도록 해주십시오
아버지가 많이 그리운딸이 드립니다
부디 좋은날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