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벨 소리에 수화기를드니 "야야 쌀 퍼득 가져가래이 ........" "알았어 엄마는 몇신데 전화를 하노........" "아이구 야 해가 중천에 떴다 퍼뜩 온나" "여보세요" "뚝 뚝 전화는 끊기고.....둘러보니 이제 5시 가 조금 지나고 아침은 이미 일어나서 부지런한 사람 들은 이미 운동을 나가고 신문돌리는 이웃집 아저씨는 벌써 일을 끝냈는지 현관뭄 닫는 소리가 들립니다 우리집은 두아들이 방학중인지라 늦은 아침밥을 먹습니다 그래서 저도 늦게 일어 나는것이 당연하지요 주섬 주섬 일어나서 친정을 가기로 했습니다 관절약하신 엄마때문에 글루코사민 이 랑 인삼 몇뿌리를 싸들고 시동을 걸었습니다 20분쯤 달리니 파란 물결 넘실대는 넓은 논이 보이고 낮으막한 산들이 빙 둘러쌓인 평화로운 마을들이 지나갑니다 오른쪽편에는 시원한 고속도로에 차들이 지나가고 왼족 편에는 철도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참으로 한가하고 평화 스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지런한 농부들이 이따금씩 논길을 지나기도 했습니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운동장을 지나니 이윽고 친정 마을이 보였습니다 꼬맹이 시절 온 동네 아이들이랑 조잘대며 걸어다니던 작은 길도 보이고 마을입구에 커다란 느티나무는 어릴적 모습그대로 푸르게 프르게 하늘을 우러러고 있습니다 약간 긴듯한 우리집 골목길에 들어서니 골목 양옆에는 노란 해바라기가 환하게 주인집 딸마중을 나오고 해바라기 아래에는 빨간 봉숭화가 내 손톱을 보고 있습니다 마당한켠에는 엄마가 잘 길러놓은 과실나무랑 꽃들이 지천으로 자라 서로 뽐내기를 하고 온 마당이고 툇마루에는 고추를 말리느라 붉은 비단 융단을 깔아 놓은듯합니다 엄마는 벌써 이웃집 아지매랑 고추 손질을 하고 계시다가 반갑게 맞아 주십니다 "우째 이래 퍼뜩 오노" "엄마 땜에 잠도 못자고 왔다아이가 " "그래 김서방은 잘 있재 성훈도 성실이도 다 잘있재" "그래 김서방 장사는 어떠노 잘돼지 우리 김서방은 부지런해서 복 받을껴" "엄마 밥없나 밥멎자" "그래 내 일쩍 밥해놨다 가지도 쪄고 고추도 쪄고 딘장도 있다 " 우리 모녀랑 이웃집 아지매는 세상 어느 호탤고급 요리 보다 기가찬 아침을 했습니다 엄마 된장은 맛있는데 똑 같은 재료 넣고 끓이는데도 내가 하면 그맛이 도대체 나질 않으니 알수가 없습니다 커피 좋아하는 딸을 아는지라 달착지근한 엄마표 커피까지 안겨주시는 우리 엄마는 한 샌스 하시지요 온 집안에 늘려진 고추를 보니 엄마혼자서 비탈진 밭길을 얼마나 땀 흘리며 오르내렸을까 하는 애틋함이 마음이 숙연해 졌습니다 고추밭은 경운기도 못들어가는 골짜기에 있기에 사람손으로 다 운반해야 하거던요 육남매 모두 키워 놓고나니 지금은 손님 처럼 왔다가는 자식들 대문에 허전한맘 오죽 하겠냐만은 속마음 내색하지 않고 잡초 처럼 강인하게 버텨오신 엄마도 이제는 많이 늙어버렸습니다 "가서 김서방 밥해야지 퍼득 준비해가야지........" 방금 찧은 쌀 한가마 사과 한박스 포도 한박스 고추 오이 참비름나물 쇠비름 나물......... "엄마그만해라 쪼매한차 내리 앉겠구마" "요고하나만 더 실어라" 하시면서 기지를 한아름 싣는다 "엄마 진짜로 차 내리 앉으마 우얄라카노 고만해라" 딸년은 주고 싶어하는 엄마 마음도 모르는채 살래를 흔듭니다 "엄마 이거 용돈해라" "야야 이런거 줄라마 오지마라" 손 흔들면서도 "그라마 김서방한테 고맙다칸다고 전하거래이" "알았다 엄마 내간대이 날도 더븐데 일 너무 하지마래이 더부 묵는다" "오야 퍼뜩가래이 차 조심하고 집에 드가거던 전화해래이" 굴목 어귀까지 따라 나오신 엄마는 룸미러 속에서 손을 흔들고 계셨다 오래 오래//////// 돌아 오는 길에 생각해 봤습니다 나도 엄마처럼 우리 아들 사랑하면서 살수 있을까//////// 하지만 친정엄마의 사랑만큼은 못할듯 하네요 "엄마 오래 살아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