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예 추어탕 잡수로 오이소
막내 올케의 반가운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살갑게 들립니다
"우얀 추어탕이고"
"애들 아빠가 봉화 골짝에서 잡았다 아입니까"
"언제 갈가"
"형님예 고마 이참에 뭉칩시더"
"좋지 그래 한번 보자 얼라도 보고"
" 그라마 지가 형님 들한테 연락 할게예"
이렇게 해서 우리 네 형제는 추어탕을 별미 로 친정에서 뭉치기로 하고
토요일저녁에 대구에서 이블 공장하는 동생네 4시구
부산서 패션업을 하는 동생네 4식구
봉화에 사는 막내동생 5식구랑 우리부부 그리고 친정엄마 이렇게 16명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한집 한집 반가운 얼굴들이 조용하기만 한 친정 마당에 들어서고 마지막으로
막내 동생네가 들어오자 난리 벅구통이 났습니다
왜냐고요 그게요 늦둥이 그러니까 막내 동생이 아들 딸 둘에다
늦둥이 딸을 낳았는데 겨우 백일이 되었거던요
아이를 방 가운데다 놓고 온 식그ㅜ 들이 둘러앉았습니다
:히얀 하다 우에 요런게 났을꼬"
"눈 한번 봐라 어느별이 조래 이쁠까"
:언니야 발바닥 좀 만져봐라 우짜마 좋노 너무 부드럽고 몰랑 몰랑 하대이"
조카는 화답이라도 하는 듯이 작은 손을 꼬물대며 연신 휘젖고 겨우하는 옹알이 까지
귀여움을 더 합니다
넌 어느별에서 왔니?
정말로 신기하고 신비롭기만 했습니다
물론 우리도 아들 다 키웠지만 그때와는 다른 느낌들이 새록 새록 생겨서
공장페쇄 안했으면 다시 한번 멋지게 도전하고 싶은 어리석은 욕심이 났습니다
진정으로 하나님께서 귀하게 내려주신 생명에 대한 애착이 더 했습니다
"미꾸라지는 어데있노"
누군가의 외침에
바케스 가득이 잘 생긴 토종 미꾸라지들이 등장을 했습니다
지들 앞날은 당연히 모를 미꾸리지들이 검고 약간 누르스름한 빛을 띤 몸으로
힘차게 물질을 해대고 있습니다
"추어탕은 낼 아침에 끓여야지 "
서둘러서 늦은 저녁을 마치고 곧장 노래방으로 향했습니다
조카들 방 하나 주고 우린 특실에 자리를 잡았지요
음주가무에 남달리 소질이 있는 서씨 집안에 딸들이 장윤정이 못지않게
꺽고 넘기도 잘도 놀고 대구 제부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머리에 길게 들리우고
부산 제부는 빨간 고무장ㅅ갑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흔들어 댑니다
막내 올케는 시어머니를 껴안도 더덩실 어깨 춤에 흥겹습니다
누구네 며느리 사위 아니랄까봐서 징하게도 잘들 놉니다
얼마나 뛰고 놀았는지 어슴프레 날이 밝아서야 우린 집으로 돌아오고
피난민처럼 꼬꾸라져 잠이 들었습니다
구수한 내음에 눈을 뜨니 엄마는 벌써 가마솥가득 추어탕을 끓이고 계셨습니다
금방 지은 쌀밥에 진하게 끓인 추어탕 한 대집씩 마파람에 개눈 감추듯이 해치우고
남자들은 다시 잠이 들고 여자들은 잠보다 좋은 수다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커피 한잔의 여유도 즐겼습니다
무슨 할말은 그리 많고 뭐가 그리 우스운지 나지막한 담장위로 딸들의 웃음소리가
연신 넘어 갑니다
"엄마 우리 정구지 부쳐먹자"
아침 밥도 내려기기전에 또 먹는 타령이다
"그래 먹자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더라 뒤뜰에가서 정구지 베고
그라고 청양고추도 찾아봐라 밀가루는 어데있노"
여자 네명은 후딱 준비를 하고 마당에 걸어놓은 솥뚜겅 앞에 앉았습니다
대구 여동생이찌짐은 종이처럼 얇게 기차게 부치거던요
"맛있다 언니야 먹어봐라"
점심은 삼겹살 파티입니다
커다란 가마솥 뚜껑 엎어놓고 나무로 불을 지펴서 고기를 구우면 기름이 적당하게
빠져나와 맛있는 삼겹살구이가 됩니다 조카들도 그맛을 아는지라 서로 먹자고
야단입니다
어른들은 소주 한잔 곁들이니 이게 사는 맛인가 싶습니다
여동생 둘이서 김치거리랑 엄마 소모품들 사러 마트에 간사이 올케랑 김치 양념을 만들어
놓고 기다렸습니다 두시간쯤이야 지나서 푸짐하게 사들고 동생들이 돌아오고
사온 물건 정리하고
"형님요 배추부터 절여야지예'
"그래 배추 우엣노"
"응 배추 없어 우야고배추 안샀다"
덤벙거라는 동생들 배추사러갔다가 배추는 쏙빼고 장을 봤으니
"아이고 우스버라 '"
요절복통 또 넘어간다 너무 웃어서 눈물이나고 사례가나고...........
하여 김치는 미완성으로 남고 또 가져갈것들을 바리 바리 싸고 나니 집안은 난장판이
따로 없었습니다
항상 마지막 설거지 담당인 대구 제부는 설거지 하느라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엄마가 건강하게 계시니 우리 형제는 잘 모이고 잘웃고 다시 재 충전을 합니다
엄마오래 건강 하세요
우리는 다시 뭉칠 이유를 찾으면서 손을 흔들었습니다
곧장 추어탕맛이 그리워 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