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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396

아마추어와 프로


BY 시골아낙 2006-04-06

 

봄비가 내리고 난 후의 시골모습은 더 정겹다.

황사때문에 우중충한 옷을 입고있던  산 위에 있던 나무들도 오늘은 훨씬 산뜻한 모습들이다.

곧 겨울의 먼지를 털어내고 봄내 나는 산뜻한 모습을 나에게 선물하겠지..

 

수술 후 내내 방에만 계셨던 어머님이 5일 장에 다녀오셨다.(여기는 1일과 6일이 오일장이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가끔 시켜먹는 치킨집의 배달차를 전세내고 집으로 들어오신다.

낯선 자동차를보고 우리집 백구가 죽어라고 짓는다.

창문을 열어보니 어머님이 차에서 내리신다.

 

점심 드시라고 방문 열어보니 안계셔서 어디 마실 가셨나보다하고 생각했는데 따뜻한 봄볕이 좋아보여 운동삼아 장에 다녀오셨다고 하신다.

이것저것 시장보따리를 풀어내신다.

미나리, 풋마늘, 오징어젓갈, 시장표찐빵,  아이들 치킨...등등..

 

점심을 차려드리고 마당에 나오니 대추나무가 두 그루 보인다.

**어머님 웬 대추나무가 마당에 있는데요?**

**고것 내가 심을려고 사가지고 왔다**하시면서 어디 심을만한데 없겠느냐고하신다.

 

윗 밭에 대추나무가 두 그루 서 있는데 열매가 잘 열리지 않아 나는 대추나무는 모두

저런 줄 알았는데 다른집 대추나무는 주렁주렁 열매도 잘 맺드니만..

아직 대추나무의 위력을 모르는 이 풋내기는 어디 마땅한데를 찾지못하여 그 자리에 두었다.

 

그러고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한 대추나무는 아직도 마당 한 구석에서 오매불망 자기 자리가 어디매 쯤 될지 가늠하고 있겠지.

4월 5일에나 심을까?

 

이맘 때 쯤이면 농사에서는 프로이신 어머님은 입으로 들어가는 씨앗이나 나무들을 사 오신다.

완두콩. 상추.쑥갓,대추나무, 등 이런 먹을 수있는것들을...

그런데 아직 농사에는 아마추어인 나는 눈으로 보는것을 사가지고 온다

목련나무, 개나리, 진달래꽃 등 집 안을 환하게하는 꽃들로..

그러시면서 이번에는 무슨 답안지를 가지고 나에게 이 씨앗들을 심게 하실지...

 

어머님의 농사의 답안지는 이런 것들이다.

감나무에 감꽃이 피었으니 이제 깨를 심을 때가 되었구나!

마지막 서리가 내렸으니 고추모종을 본 밭에 심어도 되겠구나!

처음 올라 온 콩 순을 한 번 따주어야 콩이 많이 열린단다..

깨는 심을때 땅에 깨를 한웅큼 넣어야 너도나도 시샘하여 서로 올라오려구 깨가 새 순을 낸다..등등..

 

처음에 깨를 심으면서 어머님 말씀대로 하지않고 나는 * 나중에 이왕 한 두 개만 두고 솎아 낼것 왜 깨만 버릴까* 생각하면서 어머님 말씀대로 하지않고 깨를 서너 개만 심었드니

정말 깨 가 올라오지않았다.

나중에 어머님께 이 일을 말씀드렸드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깨 순은 연하여 많이 한 웅큼 땅 속에 넣어 두어야  서로 올라 오려고 샘 을 하기에 죽지 않고 모두 올라온다고...**

그래서 나도 이제는 깨 심을때는 한 웅큼씩 넣는다.

 

내가 컴퓨터에서 아무리 많은 정보를 검색하여 프로라고 자부하여도 농사에서는 우리 어머님이 프로이시고 나는 아마추어다.

 

 

2006-04-03 12:21 조회수 :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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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웅택 [2006-04-03,21:29]
  이곳에서 텃밭에다 농작물을 심어 봅니다. 그러나 서울 촌년인 제가 할 줄 아는것이 없더라고요. 아무리 책을 들여다 봐도 잘 안되는것을 어찌 할까요. 이것도 역시 경험이 너무나 중요한 것을... 쑥갓은 애꿎은 꽃만 잔뜩, 콩은 심었으나 한번 먹어 보고는 끝, 바로 여기에그답이 있네요.ㅋㅋㅋ
시골아낙 [2006-04-03,15:43]
  모퉁이님..예전에 한 번 님과 옛날이야기 방에서 만난것 같습니다. 그 때 제가 '하얀고무신'으로 님과 대화한것 같은데 생각이 나실련지요?반갑습니다....많이.
모퉁이 [2006-04-03,15:31]
  어머님의 농사 답안을 옮겨 심어둬야겠습니다.손대중으로 음식을 만들던 어머님 손맛이 저울질한 맛보다 훨씬 깊은 것처럼 느껴지누만요.참 정스러운 대목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치킨집 배달차를 타고 장에 다녀오시는 어머님, ^^
시골아낙 [2006-04-03,15:10]
  목화송이님...이제는 이 시골에서도 목화는 찾아 볼 수 가 없습니다. 때론 이 목화송이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동해바다님... 저는 고향이 남해바다쪽과 가까운데 간혹 친정에 가면 푸른 바다를 보고 오곤합니다. 그런데 동해바다보다는 남해바다가 제 고향이라 그런지 더 좋아보이네요.ㅎㅎ 감사드립니다.
동해바다 [2006-04-03,14:54]
  하루아침에 시댁에 얹혀살수밖에 없는 현실....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몇 안되는 글이지만....도심에 파묻혀 복잡한 사념에 휩쌓이기보다 오히려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나이들어가는 증거일까요 오직 아파트를 고수하던 제가 흙이 그립고 그 속에 파묻히고 싶은 마음이 점점더 간절해지네요 아직은 채소보다 꽃가꾸기를 원하긴 하지만 저도 언제쯤 프로가 될지~~~그래요 프로이신 어머님을 따라잡기엔 아직 아마수준이겠죠...조금은 안정되어가는 듯한 님의 가정에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시골아낙 [2006-04-03,13:28]
  찔레꽃님.. 여기 처음 와 너무 낯설어 한동안 우울할 때 친정 피붙이가 생각날 즈음 제 눈에 띄인 찔레꽃... 하얀 속살만큼이나 제 마음과 같은 그 꽃이 이제는 많이 눈에 띄입니다. 제 마음이 이제는 시골에 많이 적응된것이라 여기는 현상이라 여깁니다. 참... 철길 옆에 식물들은 잘 자라는지요? 저는 밭에 무엇이든 심고나면 갈 때마다 말을 걸거든요. 지금도 사과나무 심어두고 갈 때마다" 건강하게 자라서 우리집 역군이되라"하고 말을 겁니다.
목화송이 [2006-04-03,13:26]
  올려주신글 모두 잘 읽고 있습니다 시골아낙님과 찔레꽃님 두분다 부모님을 모시고 알콩달콩(?????)사시는 모습이 참 정겹습니다 저의 시부모님도 시골에 사시다가 이 치료때문에 작년12월부터지금까지 계시는데 시골아낙님의 전글에 숨 통을 티어주시려고 마실가실다는 말에 백번 공감했습니다 아무리 좋으신 어르신이다고 해도 정도의 차이지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것은 쉬운일이 아니드라고요 이 다음 지금은 나의 일부분인 아들하고 관계도 그리되겠지요.
찔레꽃. [2006-04-03,12:58]
  요즘은 농사도 과학적으로하긴 하지만 그래도 경험이 중요 하지요 울집 조그만 꽃밭에 어머님은 여려가지 채소를 심어셨는데 난 그게ㅡ못마땅 햇지요 이뿐 곷나무들이 어머님의덕분으로 많이 죽엇거던요지금은 철길 옆에 밭을 만들어서 그러지는않지만,봄의 풍경 한 장면이 보이는듯 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