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리고 난 후의 시골모습은 더 정겹다.
황사때문에 우중충한 옷을 입고있던 산 위에 있던 나무들도 오늘은 훨씬 산뜻한 모습들이다.
곧 겨울의 먼지를 털어내고 봄내 나는 산뜻한 모습을 나에게 선물하겠지..
수술 후 내내 방에만 계셨던 어머님이 5일 장에 다녀오셨다.(여기는 1일과 6일이 오일장이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가끔 시켜먹는 치킨집의 배달차를 전세내고 집으로 들어오신다.
낯선 자동차를보고 우리집 백구가 죽어라고 짓는다.
창문을 열어보니 어머님이 차에서 내리신다.
점심 드시라고 방문 열어보니 안계셔서 어디 마실 가셨나보다하고 생각했는데 따뜻한 봄볕이 좋아보여 운동삼아 장에 다녀오셨다고 하신다.
이것저것 시장보따리를 풀어내신다.
미나리, 풋마늘, 오징어젓갈, 시장표찐빵, 아이들 치킨...등등..
점심을 차려드리고 마당에 나오니 대추나무가 두 그루 보인다.
**어머님 웬 대추나무가 마당에 있는데요?**
**고것 내가 심을려고 사가지고 왔다**하시면서 어디 심을만한데 없겠느냐고하신다.
윗 밭에 대추나무가 두 그루 서 있는데 열매가 잘 열리지 않아 나는 대추나무는 모두
저런 줄 알았는데 다른집 대추나무는 주렁주렁 열매도 잘 맺드니만..
아직 대추나무의 위력을 모르는 이 풋내기는 어디 마땅한데를 찾지못하여 그 자리에 두었다.
그러고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한 대추나무는 아직도 마당 한 구석에서 오매불망 자기 자리가 어디매 쯤 될지 가늠하고 있겠지.
4월 5일에나 심을까?
이맘 때 쯤이면 농사에서는 프로이신 어머님은 입으로 들어가는 씨앗이나 나무들을 사 오신다.
완두콩. 상추.쑥갓,대추나무, 등 이런 먹을 수있는것들을...
그런데 아직 농사에는 아마추어인 나는 눈으로 보는것을 사가지고 온다
목련나무, 개나리, 진달래꽃 등 집 안을 환하게하는 꽃들로..
그러시면서 이번에는 무슨 답안지를 가지고 나에게 이 씨앗들을 심게 하실지...
어머님의 농사의 답안지는 이런 것들이다.
감나무에 감꽃이 피었으니 이제 깨를 심을 때가 되었구나!
마지막 서리가 내렸으니 고추모종을 본 밭에 심어도 되겠구나!
처음 올라 온 콩 순을 한 번 따주어야 콩이 많이 열린단다..
깨는 심을때 땅에 깨를 한웅큼 넣어야 너도나도 시샘하여 서로 올라오려구 깨가 새 순을 낸다..등등..
처음에 깨를 심으면서 어머님 말씀대로 하지않고 나는 * 나중에 이왕 한 두 개만 두고 솎아 낼것 왜 깨만 버릴까* 생각하면서 어머님 말씀대로 하지않고 깨를 서너 개만 심었드니
정말 깨 가 올라오지않았다.
나중에 어머님께 이 일을 말씀드렸드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깨 순은 연하여 많이 한 웅큼 땅 속에 넣어 두어야 서로 올라 오려고 샘 을 하기에 죽지 않고 모두 올라온다고...**
그래서 나도 이제는 깨 심을때는 한 웅큼씩 넣는다.
내가 컴퓨터에서 아무리 많은 정보를 검색하여 프로라고 자부하여도 농사에서는 우리 어머님이 프로이시고 나는 아마추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