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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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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_6


BY 패러글라이딩 2023-09-19

지금은 다리가 놓였지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섬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딱히 불편하거나 힘든 기억은 없었다

엄마가 가끔 볼일이 있어서 육지로 나가면 아버지도 출근을 해야지 되었지만 아침밥을 해서 우리들을 먹이고 도시락을 싸 주시곤 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가 도시락을 싸 주시면 도시락 반찬으로 계란후라이가 밥 위에 얹혀져서  으쓱함을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할머니가 딸이 있는데도 아버지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는 것이 못 마땅하셨는지 한 마디를 하신 모양이다. 그 때 아버지가 이렇게 말을 했다고 가끔 엄마한테 듣고는 했다
"어렸을 때부터 일을 시키면 시집가서도 일만 할 수도 있다고…"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시면 우리들을 앉혀 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졸리고  힘들기는 했지만 우리는 그냥 아버지가 하는 말씀을 영혼 없이 듣고는 했다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인생을 살지 말아라"
"내 자신이 있어야지 부모도 있고 형제도  있는 것이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말아라"

술주정을 부리신다거나 폭력적이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단지 위에 적은 내용을 삼 사일에 한 번씩 꾸준히 듣다보면 영혼없는 표정에 영혼없는 리액션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성인이 되고 어느날 문득 깨달았다
아버지가 우리한테 술을 드시면서 했던 말들은 어쩌면 당신한데 한 말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든든한 울타리가  세월과 눈비에 점점 허물어지고 있었는데 그냥 언제까지 든든한 울타리로 남을 줄 알았다
미련하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