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에 싹이나서
카레 좋아하는 아이에게
모처럼 엄마노릇 하고 싶었다
한쪽 구석에 팽개쳐 논 감자박스처럼
그냥 두어도 쑥쑥 자란 아이
돌아보니 고단함이 역력하다
아직 봄소식 없는 이력서 수십장 쓰면서도
겨울눈발속 매화처럼 웃으며
대나무처럼 푸른 아이
베란다 구석
쳐박아둔 감자박스
그 안에서 생명이 푸르게 자라고 있었다
몸을 통째로 내맡긴 감자 알
젖물 빨아먹은 감자잎이 무성하다
언제
아이에게 통째로 젖 물린적 있었던가
제 몸 물기 다 빨려
쭈글거리는 뱃가죽만 남았어도
감자 싹
매달고
희망노래 부르고 있는
냉동고의 내 어머니
감자에 싹이나서
이파리가...
가위바위보~가위 바위 보
그것봐
어머닌 언제나 져 주시잖아
젖 가슴 다 비워내시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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