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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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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꽃


BY 비단모래 2006-09-04

 

이팝 꽃이 핀 거리에서


방송국 창 너머 아직은 황량한 벌판 길

이팝 꽃 환하게 마음 밝히던 가파른 봄

울컥

뜨거운 밥 수저하나가 씹지도 못한 채 넘어가는 느낌으로

침을 크게 삼킨다.


오래 전 그때

우리 집 쌀통은 늘 배가 고팠다

보리쌀 한 봉지 들고 돌아올 엄마를 기다리는 것도 배고팠고

두 살배기 막내남동생 물 빠진 벼논같이 말라

눈물고인 눈빛만 별 같았다

엄마 젖을 찾으며 동생이 울면

컴컴한 우물에 두레박줄 내리고

설탕물이었음 하는 맹물을

출렁이게 먹이면

동생은 내 등에서 눈물 고인 채 잠이 들고


동생을 업고 골목을 나서다

하얀 쌀 한 됫박을 튀기는 튀밥기계 앞에서

훔치고 싶도록 하얀 꽃을 보았다


동생의 입에 넣어주고 싶은 꽃이

터져 나오는 기계 앞에서

여기저기 흩어진 꽃 한 송이 주워 

후 ~ 티를 불어 동생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 작은 꽃 한 송이가 동생을 행복하게 잠들게 했다


며칠 전

서른 여덟 번째 생일을 맞은 동생을 만난 날

애잔하게 바라보던 큰누나 앞에서

환하던 동생의 웃음 속에 이팝 꽃 소복하게 피어 있었다


밥 사발 같이 배가 나온다고

이팝 꽃처럼    하얗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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