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에게
겨울 건너 봄이 되면서 화색이 돌았다
파리한 입술에 물기가 올라 배시시 웃으며
어깨 꺾이던 아픔은 지우자고
이별의 악수를 청하던 손이 차갑다
주렁주렁 꽃을 피운 땅속 이야기들
조잘대는 내일이 눈부시다
목울대 조여 오던 시간들이
꽃자리를 채워냈다
살갗을 찢던 눈보라도 이기고
뿌리 뽑히는 폭풍 속에서도 뽀얀 웃음 걸어 놓은
튼실한 근육이 살아 움직여 세월을 익혀냈다
어느 리어카 위에서도
골목 좌판 바구니에 담겨서라도
끝까지 단물 밴 웃음 잃지 않으려
햇살을 잡았다
약속을 지키고 싶다
남루가 외치던 눈물겨운 시간들이
햇살로 바꾸어져 달디 달게 익어가
세상에 나가 당당하게 외치게
내 어깨를 내어주마
바람도 품고 햇살도 품고
붉은 등을 걸어라
부러지지 않게 버티어주마
사랑하는 내 아가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