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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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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


BY 비단모래 2006-09-04

 

밧줄

           


저녁 아홉시 뉴스 일기예보에 폭풍소식이 들렸다

어부는 갯가에 묶어놓은 허리 삐걱이는 늙은 배가 걱정되어

흑판 같은 바다로 나갔다

등대도 없는 바다에

소름끼치는 바람의 예보를 듣는다


젊음도 바치고

사랑도 바치고

남은 건 밑구멍 보이는 골다공증 걸린 배 한척

힘줄 같은 밧줄로 갈피 잃은 배를 묶어놓고

담배를 피워 문다


무섭게 출렁이는 밤을 건너면

무릎 꿇고 엎드린 바람

어로탐지기에 희망비늘로 파닥이리라


피가 졸아드는 혈관 속에 짠 바닷물 채워둔 세월

질긴 삶이 잡아 챈  밧줄

허기진 갈증으로 바다를 들이킨다


밧줄 풀리면 배는 바다로 나아가고

그리고

배를 놓아준 바람을 묶어

바다 한가운데 던져두리라

부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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