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
저녁 아홉시 뉴스 일기예보에 폭풍소식이 들렸다
어부는 갯가에 묶어놓은 허리 삐걱이는 늙은 배가 걱정되어
흑판 같은 바다로 나갔다
등대도 없는 바다에
소름끼치는 바람의 예보를 듣는다
젊음도 바치고
사랑도 바치고
남은 건 밑구멍 보이는 골다공증 걸린 배 한척
힘줄 같은 밧줄로 갈피 잃은 배를 묶어놓고
담배를 피워 문다
무섭게 출렁이는 밤을 건너면
무릎 꿇고 엎드린 바람
어로탐지기에 희망비늘로 파닥이리라
피가 졸아드는 혈관 속에 짠 바닷물 채워둔 세월
질긴 삶이 잡아 챈 밧줄
허기진 갈증으로 바다를 들이킨다
밧줄 풀리면 배는 바다로 나아가고
그리고
배를 놓아준 바람을 묶어
바다 한가운데 던져두리라
부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