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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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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버리고 싶다


BY 비단모래 2006-09-04

 

너를 버리고 싶다

                    컴퓨터


처음엔

너는 나의 충실한 종 이었다


젖꼭지만 톡톡 건드리면

사랑에 취한 몸짓으로 고분고분

알라딘 램프처럼 원하는 것들을 가져다 주었다

지구 끝 어디든 달려가


너 때문에 세상에 나가 아는 체도 하고

너 때문에 내 지갑을 두둑하게도 했다


내 배가 부르고 다른 사랑에 빠져

아주 오래 잊고 있다가 문득 네가 필요해

너를 찾았다


너는 앵돌아져 있었다

아무리 네 젖꼭지를 애무하고 달래도

오히려 다른 사랑바이러스에 감전되어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동안 저장해둔 은밀한 요새를 무너뜨리고

비밀문서를 지워버리고

두뇌를 바닥낸 다음 검은 미소만 쏟아냈다


그럴 땐 너를 부숴버리고 싶은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네 달콤한 순종을 잊을 수가 없었다

온몸을 전율시키던 화려한 전희

이미 뗄 수 없을 정도의 관계로


침묵하는 너를 달래고 달래

마음을 돌려놓고

그제 서야 휴 숨을 고른다


너는 다시 돌아왔다

오늘은 멀리 미국으로 간 사람의 마음까지

슬몃 웃으며 내 곁에 데려다 놓았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젠 네가 두려워진다

입속의 혀처럼 고분고분한 속에 감춰진

달콤한 마약 

그 마약을 맞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게 되었으니

터미네이터가 되어

공격해올 것 같은 불안감이 앞선다


네 젖꼭지를 톡톡 더블클릭하면서

사랑에 중독된 나는

종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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