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우리 언제 기대나 했었는가
하늘에서 쏟아지던 물줄기가 폭탄이라고 온나라를 집어삼키고 사람을 집어삼키고 집을 집어삼키고 시치미를 떼고 있을 때
용광로 불가마 찜질방 불볕더위 가마솥 이세상 뜨거운 것들 다 들이대고 학헉일때 그렇게 슬그머니 염치없이 다가오고 있는 줄
그 뜨거운 태양아래서 해바라기가 피어있어도 목 백일홍 붉게붉게 울어도 매미가 목을 놓아 이름을 뱉고 있어도 헉헉대느라 언제 기억조차 할 수 있었나
해바라기 씨처럼 까맣게 그 이름조차 잊을 무렵 서늘한 이름으로
내 몸을 파고 들어왔다 마흔 아홉 핏줄이 팽팽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