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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팔순


BY 비단모래 2006-08-05

아버지의 팔순

         

 

아무도 울지 않았었습니다.

처음엔 아무도

 

어머니 가시며 손질해두신 하얀 모시적삼 입으신 아버지를 바라보며

지금 차디찬 대학병원 냉동고 어디쯤에서 몸을 헌신하고 계실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55년을 함께 산 남편의 팔순을 위해 암세포 퍼지는 그밤

풀먹여 꼿꼿하게 다린 모시적삼을  아버지께 받으셨다는 사주단자가 묻힌 자개장 맨 아래칸에

넣어두셨습니다

한 여름이 생신인 남편을 위해 남겨 놓은 아내의 마지막 마음

그 마음은 하얗게 식은 손길로 아버지 몸을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아내 잃고 무슨 팔순 잔치냐~'

 

어머니 계신 병원 담 아래를 한달에 한번씩 기웃이며

자식들 소식을 전한다는 아버지 그 말을 듣는 그날

하늘은 끝없는 폭우를 쏟아부었습니다

산이 무너지듯 자식들 가슴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그리움 절절한 아버지를 위해

팔순축하 노래를 부를 수 없었습니다

 

올 칠월엔 어머니께 어떤 소식 전하실래요?

 

전할 것 많지~여보 당신이 해준 모시적삼 입고 팔순을 지냈네

당신 막내딸 네식구가 1년을 영국으로 간다네..오이 강아지 하고 기른 막내딸~

그래서 당신 제사에 못 온다고 울었네

다 잘있네~육남매 잘있네~걱정하지 말게~이렇게 전하면 되지

 

그날밤도 폭우는 쏟아졌습니다

우리 육남매 눈물도 함께 섞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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