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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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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아홉


BY 비단모래 2006-08-05

 

마흔 아홉.

      비단모래




아홉살때는 빨리 열 아홉살이 되었으면 했다.


엄마 립스틱도 마음대로 바르고 예쁜 브래지어도 하고 싶어서




첫사랑 그게 뭘까


궁금해서



유리처럼 투명하고 깨지기 쉬운 열 아홉살이 되었을때는


빨리 스물 아홉이 되었으면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대로 만나고 뽀뽀도 하고 결혼도 하고  싶어서

그 나이를 지나 스물아홉이 되었을때는


빨리 내집을 사고 싶었다


마음이 자꾸 급해지고




비오는 날도 눈오는 날도 마음 아파하지 않았다


가슴에 안겨진 꽃다발도 감사해 하지 않았다




부석한 머리속에


자꾸만 넓은 집을 지었다 부수고


그 공간에 불안만 가득했다


그래서 서른 아홉이 되고 싶었다


모든게 갖추어 질것 같은서른 아홉

서른 아홉은 눈물이었다


*


*


*


살기 바빠 잃었던 내 이름을 찾고 싶었고


가슴에 다시 불을 피우고 싶었다


화장품 샘플이 구르는 화장대도 싫고


여기저기 삐져나오는 살덩이도 겁나고


철 지난 스웨터처럼


자꾸 늘어지는 마음도 싫었다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노후 보험도 들었지만




그때 비로소 열 아홉이


그리웠다


죽어도 마흔아홉은 먹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마흔 아홉


마흔아홉이 되었다


뼈 마디가 아픈


마흔 아홉 생일에 눈물의 스테이크를 먹고

완경을 맞았다는 그녀의 말처럼

두려운 여자의 나이 마흔 아홉마흔 아홉

허둥대고


뭐였드라.... .


생각이 나지 않고


마흔 아홉


아득한 절벽에 서서


부러질듯한 나뭇가지 하나 잡고 있는 느낌마흔 아홉

혹시 내마음속에 욕심만 가득한건 아닌지


바람을 사랑하고 별을 사랑하던


코스모스를 사랑하고 작은 풀잎을 사랑하던


그 마음 아직도 있는건지

마흔 아홉

사랑을 잊을까 걱정이다

촉촉한 봄비도

소낙비도

코스모스도

떨어지는 나뭇잎도

그토록 좋아하던 눈 내리는 날도

그냥

막막하게 바라볼까봐

.

.

.

무작정

눈물이 나는데


오십 넘은 그녀가 말했다


.

.


마흔 아홉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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