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
(내가 태어났다는)
기억저편에 숨어 한 장면도 떠오르지 않는
TV브랭크 화면처럼 막막하다
‘여기가 니가 태어난 곳 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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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자궁을 이탈해 처음 밖으로 나와
실눈을 뜬 곳
기억의 자취마저 없는
빈터에 겨울지낸 시누대 누런 이파리만 설설 울고 있다
‘니가 태어나던 날 장마로 대평리 다리가 떠내려갔다’
나이를 알 수 없는 은행나무만
행정리란 문패를 달고 섰는 벌판을 지나
되너머길 아득한 세월을 돌렸다
나는 어디쯤 시작해서
어디까지 흘러온 걸까
임업시험장을 지나 빨간 아치 불티교를 지나며
이미 흘러가버린 물길을 더듬는다
자꾸만 눈에 밟히는 마흔아홉 해 전 어머니의 산고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는 빈터에
내 울음같은 바람소리만 들리는데
날 낳으며 붉은 피 흘리신 어머니를 애절히 그린다
음력 칠월 초하루
숨막히는 더위 닥치면
그리움도 숨찰텐데.
*공주 임업시험장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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