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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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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으른 주부


BY 천정자 2016-03-30

 

이제 드디어 봄이왔다.

청소도 해야되고 이거 저거 좀 할려고 하지만

당장 안해도 괜찮은 것도 있고, 좀 미뤄놔도 티가 안난다.

게으름 덕분에 미루는 거 하나도 겁도 안난다.

 

이렇게 사는 나를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은 늘 툴툴댄다.

니가 결혼해서 몇 번 마당을 쓸었냐?

애들 치닥거리는 누가 했냐?

밥은 언제 제대로 잘할거냐 하더니 아파트로 이사가니까

마당 몇 번 쓸었냐 잔소리가 방바닥을 몇 번 닦았냐로 잔소리가 변경됐다.

 

남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벌개서 돈 벌러 다니느라 난리통이라면서

나보곤 세상 그렇게 만만히 보면 안되네 마네 이것도 한 천 번은 들어서

잔소리로도 취급이 안된다.

 

전기밥통을 바꿨더니 전에 했던대로 물을 맞췄는데

쌀이 적은 건지 밥이 죽밥이 됐다. 그랬더니 하는 말

" 히유 ~~ 밥통이 주인을 아는 겨! 밥을 못한다는 걸~~~"

이젠 마구 놀려먹네. 

 

세탁기가 너무 오래되 작년에 고장나서 버리고 사자고 해서 그러기로 합의를 했다.

그런데 아직도 못샀다. 세탁기가 없어서 못 사냐 돈이 없지 월부도 싫고 돈 모아서 사자고

또 합의를 했는데, 그 후로 손빨래는 남편 몫이 되었다.

 

얘들이 다 나가 있는 바람에 빨래도 별로 안나온다고 손으로 다 빨래를 하면서도 그런다.

내가 장가를 간 겨? 온 겨? 빨래 할 때마다 그 잔소리도 굳쎄게도 멈추지 않는다.

 

이젠 하도 들어서 잔소리에 내성이 생겼다.

그래서 나도 한 마디 했다.

" 으이그 아직 장가 못 가서 그 나마 나같이 못생긴 마누라도 없는 사람 많어!

맘에 안들면 딴데 가든가?"

 

남편 나를 또 째려보는데

아무래도 그냥 데리고 살까 말까 목하 고민 좀 하는 것 같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