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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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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추억


BY 천정자 2016-03-08

 

근처에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갔었다.

이미 많은 손님들이 가득차 있는데,

한 테이블은 두 개를 합쳐 대가족이 함께 와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머리가 다 빠져 어디가 이마인지 얼굴경계선이 짐작이 안가는 한 할아버지가

말씀을 하시는데 워낙 목소리가 커서 안들을래야 안들어 볼 수 가 없었다.

" 아 글쎄 칠 년이나 키운 고양인디 마당 한 가운데 쥐약을 먹었나

뒈져 있는겨 아이구 참 쥐새끼 죽인다고 잡을려고 논 건디 그걸 고양이가 먹었는가보다 하고

이미 죽었응께 어떻케 할 수도 없구 그려 가지고 뒷 마당에 지가 먹던 사료랑 밥그릇하고

간식으로 주던 참치까지 죽어서라도 잘 먹으라고 장사를 해서 묻어준 겨!"

 

할아버지 목소리가 진짜 허스키 하신데다가 말씀도 구수하시니까 같이 온 식구들이 그 다음은  어떻게 된거냐고 묻는데 

" 아 근디말여 저녁 다 지나서 어스프레하게 어둑어둑 해지는데

아 뒷뜰에 묻은 죽은 고양이가 마당에 어슬렁 어슬렁 돌아댕기는 겨!

내가 살아 생전에 사람귀신은 들어 봤어도 고양이귀신도 땅에 묻은지 몇 시간만에 나타났다는 애기는 전혀 들은 적 없는디 이게 뭔 일인가 싶어 나가봤더니 진짜 살아있는 우리집 고양인겨!"  그 말씀끝에 빨리 결론이 어떻게 된거냐고 다그치고 하시고 픈 말씀이 뭐냐고 재촉하니까 할아버지의 대답이 황당하다.

" 아 글쎄말여 그 고양이가 내가 키운 고양이더랑께!"

옆에 계신 한 아줌마는 그러신다.

" 아니 그럼 묻은 고양이는 누구네 고양이여유?"

" 그야 난  모르지 우리집 고양이랑 똑같이 생겨서 우리 고양인 줄 알았는디, 이거참 지두 황당한 거여 지 밥그릇에 지가 자던 방석도 없으니께 여기 저기 찾더니 나 한 번 쳐다보고 또 한바퀴 돌아댕기더니 나 한 번 쳐다보는게 내 밥통 어따 치웠냐 묻는 눈치인겨"

 

할아버지 그 대답에 모두 박장대소다.

똑같아도 넘 똑같았단다.

말이 그렇지 칠 년을 키웠는데 그렇게 구별을 못했단다.

그래서 뒷 뜰에 묻은 고양이 다시 팔 수도 없고

하는 수 없이 시장가서 사료랑 고양이 밥그릇

다시 사 왔단다. 그 말을 들었던 사람들이 다 웃음짓고 그러신다.

뒷뜰에 거름되려고 길고양이가 거기서 쓰러져버린 거라고 한다.

그 애기를 듣다가

전에 시골에서 살 때 사건이 생각이 났다.

새벽 두 시 넘었나 한 참 자고 있는데 남편이 나를 깨웠다.

마루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는데 나보고 나가보라고 한다.

그리고는 긴 작대기를 내 손에 집어주는데

나도 참 그 때 무슨 정신인지 어리버리하게 작대기 하나 들고

문을 빼곰 열어보니 어둠 속에서 우리집에서 사는 고양이가

마루에서 쥐 한 마리 잡아 놓고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쥐는 기절했는지 꼼짝도 안하는 것이 생생히 기억이 난다.

 

"나 자기 한테 물어봐야 겠네 아니 그 때 작대기 내 손에 집어 주고

나가보라고 했잖아? 한 밤 중에 말여?"

남편은 내가 언제 그랬냐는 식의 얼굴이다.

생뚱맞게 그런 걸 왜 이제야 묻냐면서 히죽히죽 웃는다.

 

뭐든 때가 따로 있는 법이다.

그 때가 너무 지나가버렸다. 이런 것도 유효기간이 있을텐데..

별 게 다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