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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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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시대


BY 천정자 2015-10-15

 

친정엄마가 나에게 전화를 해서 받았더니

 

"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는 겨?" 하신다.

 

서울에서 수 십년을 사셨는데도 충청도 당진 고향이 묻어나는 사투리를 여전히

 

잘 쓰신다. 조만간 울 집에 내려 오신다는데 김치있냐 반찬은 뭐하고 먹냐는등 자세히도

 

묻는다. 하나 있는 딸을 제대로 살림을 못 가르쳐서 평생 사위한테 미안하다고

 

김치들고  우리집에 오셨었는데, 이젠 들고 다니지말고 택배로 부치라고 했더니

 

택배를 못 믿겠다고 하셨다.

 

택배기사가 너무 불친절해서 불안하단다.

 

어떻게 했길래 불안하게 했는지 모르지만 택배회사가 한 두곳도 아니니까 다른 택배회사를 이용하라고 하니까 이 번에 아쥬 좋으신단다.

 

 

 

몸만 기차타고 짐은 택배 부치고 친정엄마가 친정 들르 듯이 신나게 내려 오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시다. 올 때마다 사위한테 내 흉을 진창 보신다. 부족한데 어떡혀 그냥 델고 살아야지

 

다 자네 복인 께 내 참  딸 잘 못 길러서 나도 벌 받는 심정으로 늘 기도 한당께!

 

 

 

사위 좋아하는 각종 나물에 떡에다가 식혜까지 담아서 냉장고에 채워놓은 것을 보시고 또

 

후다닥 서울로 가신다.

 

울엄마 올라 가시고 난 후 우연히 택배 운송장에 삐둘빼뚤 당신 글씨를 보니 새삼 기분이 다르다. 아 ! 나도 울 딸한테 이렇게 택배를 부칠 것 같은 예감이 팍 들어왔다.

 

내리 사랑이라고 대대손손  이어질 사랑이 택배로 부쳐서 서로 확인이 되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을까 궁금하다.

 

 

 

엄마가 담근 깻잎 장아찌를 한 장 한 장 떼어 금방 한 밥 고슬고슬한 숟가락에 얹어 먹으면

 

아! 아직도 내가 사랑을 받고 있구나 ...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근데 울 딸한테 보내려면 나도 잘 하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레시피를 잘 적어둬서 한 번 해봐야겠다 싶어 남편한테 애길 했더니

 

남편은 대꾸도 안한다.

 

 

 

뭔가 아는 눈치다. 그냥 하던대로 살라는 건가? 헤헤 

 

아무래도 남편이 김치는 더 잘 담그니까 아빠가 딸한테 택배를 부칠 것 같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