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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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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들의 그 아빠는


BY 천정자 2015-08-07

남편은 영화광이다.

내가 이 사실을 선 보러 갔을 때 일찍 알아야 하는데

두 번째 만남에서도 지금은 없어졋지만 서울 미아 삼거리에 대지극장에서

제목은 전혀 기억이 안나지만 주연은 이연걸이 하고 그런 영화를 싱드렁하게 봤다.

내용도 전혀 기억이 안난다.

하긴 어제 일도 기억하려면 한참 곰곰히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야 좀 나는데

아들 나이가 벌써 24살이나 되었는데,

25년 전에 본 영화 주제가 생각나면 정상이 아니다.

 

세월이 흘러 흘러 지금은 드라마 광이다.

일 가서도 드라마 시간에 맞춰 퇴근한다.

요즘은 아침에도 너무 뜨겁고 더우니까 아예 아침 드라마를 세 개 본방송을 다 보고

한 숨 자고 나간다. 나가도 뜨겁다고 또 도로 들어와서

못 본 다른 드라마 다시보기로 열심히 시청한다.

여기까진 내가 다 참고 봐줬다.

 

그런데 하나 밖에 없는 아들 이 눔이 좀 이상하다.

아들이 아빠를 닮는 것은 당연한데, 대학에 적성을 맞춰 진학을 했는데

그 동안 나는 연극영화과나 전공을 해야 배우만 되는 줄 알았는데,

아들은 무슨 영상과를 다니는데 눈치가 느린 에미는 그 전공과가 뭐하는 줄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다. 지가 좋아서 선택을 했다는데 말릴 이유도 없고,

잔소리 해봤자 접수가 전혀 안될 것 같은 사차원 세상에서 사는 놈인디,

방학이라고 집에 와서 하는 일이 남편과 같이 둘이 드러 누워서

영화에 드라마에 아예 눈이 화면에 붙들렸다.

남편 혼자 있을 땐 잘 몰랐는데,

누워 있는 폼도 자는 모습도 어쩜 그렇게 똑같은지

피는 못 속인다고 하더니 진짜 그 말이 딱 맞다.

 

몇 칠 그렇게 빈둥빈둥 놀더니 알바를 하러 서울로 간단다.

무슨 알바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다. 궁금하면 오백원 달라는 말만 하고

그래선가 더 궁금 했었다. 아들이 서울로 알바 간 후

고용노동부에서 뭔가를 보냈는데 어디 취직을 하면 자격취득통지서를 요즘은

보내주는 모양이다. 회사이름이 요상하다.

아들에게 톡을 했더니 별 거 아니란다.

딸내미는 묻지 않아도 조잘조잘 잘도 애기하는데

이 눔은 안아프게 물어봤나 보다.

 

자구책으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영화 찍으면 편집을 전문적으로 해 주는 회사란다.

그러니까 아빠가 맨날 영화에 드라마에 푹빠져 사니까,

이젠 아들내미가 아예 영화만드는 회사에서 알바를 한다고?

남편에게 애길 했더니

혹시 회사에서 공짜표는 안주나? 이런다.

 

오늘도 엄청 덥다.

집에서 즐기는 피서라고 해 봤자 샤워하고 난 후 찰옥수수 푹 삶아 먹으면서

드라마 내용에 푹 빠져 사는 남편을 보니

으이그 당신이 상 팔자라고 했다.

 

진짜 아들놈 한테 영화표 한 장 얻어 달라고 할까 보다.

냉방 쾅쾅 잘되는 극장 안에서 피서도 괜찮을 듯 싶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