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못생겨서 참 다행이다 요즘 이 생각이 부쩍 늘었다. 영화배우나 탈렌트처럼 잘생겨서 잘 나가는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난 적은 없지만, 아예 외모엔 관심을 포기하니까 여러모로 살기가 편하다. 요즘 스마트폰에 심심하면 성형하라고 광고가 톡으로 날아오는데 보톡스는 얼마에 쎄일해서 또 얼마 해준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내보내는데 광고 홍수인지 사태인지 보기도 지겨워 다 차단을 했더니 이번엔 대출 받으라고 전화질이다. 그러니까 돈을 빌려서 성형 수술하라는 건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교정을 받으라는 건지 그 용도가 불분명한데 아무리 오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도 성격교정이나 인격 성형은 어디서 하는지 듣도 보도 못했으니까 기억 날리가 없다. 적어도 내 의식분량에 한계일 수도 있겠다. 남자나 여자나 늙으면 나이 드는 것이나 얼굴 주름엔 모두
평준화다. 어디 주름뿐일까 계단 올라가려면 겁부터 덜컥나고, 몇 미터 걸어가는 거 생각없이 걷는 거 상상도 못하고 어려운 일 먼저 상상해보니 앞 날이 캄캄한 거 별 차이 없다. 성형해서 얼굴 주름 감춘다고 나이드는 걸 어쩌지 못하는데 철들자 마자 가는 날이 얼마 안남았어도 정신차리고 보니 언제 이 많은 세월이
후다닥 가버렸는지 꼭 어처구니 없는 맷돌과 같은 심정이다. 한 친구가 전화가 왔다. 이젠 도저히 남편과 같이 산다는 자체가 지옥에 떨어지는
기분이라나. 듣는 나는 벌써 몇 년이 지났나 헤아려 보니 헤어진다고 늘 전화하다가 십 년이 다
되어가니 이러다가 친구는 결국 늙어 꼬부랑이 할머니가 되어도 못 헤어질 것 같은 내 추측이다.
그저 그 친구의 전화 수화기 목소리에 내 귀가 뜨겁게 달궈지면 할 말 다 해서 더 이상 할 말 없을 때까지 들어 줄 수 밖에
없다. 옆에 있던 남편도 그 속사정을 잘 안다. " 니랑 헤어지나 맨날 전화질인겨?" 친구랑 헤어지는데 무슨 절차가 필요할까? 안보고 못보면 시간이 흘러 잊혀지면 헤어지는 것인데, 부부가 그렇게 간단하게 잊혀질 리는 없을테고 참 난감하다. 드라마를 봐도 남편은 맨 그런 거만 봐선 그런가 그래도 본 남편이 최고다. 조강지처 버린 놈 잘 되는 거 하나도 없더라
아주 보편적인 진실을 혼자 발견한 것처럼 줄창 연설이다. 어떻게 해야 부부가 안싸우고 잘 사나 이런 거 연구해주는데 없나
찾아 검색도 해주고 말도 들어주고 뭐 간단한 고민거리도 같이 고민해주는
쎈타는 없나 했더니 남편 또 버럭이다. " 남 걱정은 나중에 하고 집에 왔슴 청소나 혀?" 마당이 있는 집에 살땐 마당을 몇 번 쓸었냐고 하더니 이젠 아파트에서 사니까 방청소는 언제 한 거냐고 따진다. 아니 집에 있는 사람이 해야지 그걸 꼭 여자가 하란 법이 있냐
했더니 어디서 그런 법은 배워왔냐고 또 딴지 건다. 맨날 헤어진다는 그 친구랑 전화질해서 사람 버려놨다느니 별별 애길 다하는데. 그래도 헤어질 마음은 전혀 안든다. 이혼이고 나발이고 다 귀찮고 또 울엄마 말대로 니 성질에 못생겨 거기다 나이들어 누가 재혼하자고 하지도 않을테고 대충 맞춰주고 설렁설렁 사는 게 가장 상책이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