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같이 사는 마누라가 살림을 못하니까 남편이 고생이다. 부부싸움을 해도 주제가 따로 없다. 내가 장가를 간 건지 온 건지 마누라가 있긴 있는디 집안에 표시가
안난다고 늘 투덜투덜 거리는 남편이 나 만나서 고생하니 불쌍하다고 했더니 더
성질낸다 그래도 아들 낳아주고 딸 낳아줘 게다가 자식들이 착하면 바랄 게 뭐 있냐고
했더니 애들도 다 자기가 키웠다나 큰소리 친다. 당연하지 지 자식 지가 키우는 거 당연한 거 아닌가? 했더니 멍~~ 때리는 표정이 흐흐 고소하다. 그래도 내 자식 내가 끝까지 책임 지고 키우는 것도 복이라면
복이다. 내가 전혀 살림을 잘 못한다는 것을 잘 아는 지인이 토마토 한 상자를 보내 오셨는데.왕토마토였다. 구불구불한 주름이 져가지고 튼실튼실한 싱싱한 토마토가 내겐 너무
많았다. 또 누굴 나눠줘야지 생각도 했었는데 이거 많아도 너무 많아요 에구 이 걸 다 언제 먹나요 했더니 지져 먹고 볶아먹고 고루고루 실컷 먹으라고 하는데. 토마토가 익으것은 익은 것 대로 양념으로 쓴다는 귀에 번쩍 들리는 신기한 레시피가 있었다. 된장찌게에 토마토를 넣으면 된장이 더 구수해지고. 강된장 만들때 토마토를 듬성듬성 넣어서 졸이면 꼭 다시다를 넣은 것처럼
맛나단다. 그 말을 듣고 나의 투철한 실험정신을 발휘하여 우선 멸치를 냄비에 달궈 굽듯이 굽다가 바짝 구워지면 쌀뜬물을 반만 넣어 육수를 내듯이 바글바글 끓이면서 다시마, 토마토, 풋고추 , 감자 등을 썰어서 같이 끓이다가 감자가 좀 익을 때 즘 쌀뜬물을 더 붙고 된장을 한 숟갈 풀어 또 끓인다. 보글보글 끓을 때 간을 보지 말랜다. 넘 뜨거워서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단다. 감자가 다 익으면 그 때 불을 좀 줄이고 숟갈로 국물을 떠서 그릇에 옮겨 간을
보면 제대로 맛을 알 수 있단다. 아 그래서 요리사들이 간을 볼 때 그렇게 보는 구나
했다. 그렇게 끓인 토마토 된장찌게가 이렇게 맛이 있을 줄이야 오 놀라운 발견이라고 자화자찬을 했더니 남편이 그런다. 토마토 주신 분한테 고맙다고 하란다. 토마토 강된장 만들기도 간단하다. 남편이 잡아 온 우렁도 꽤 있어서 우선 우렁하고 멸치하고 뜨거운 냄비에 살살 볶아야 멸치 비린내와 우렁 흙냄새도 덜난다, 어느만치 볶다가 매운 청양고추 한 두어 개 송송 썰어, 양파도 반개 그리고 토마토 한 개를 넣고 마지막으로 들기름을
넣고 야채가 익을 때까지 살살 볶아주다가 된장을 두 숟갈 넣고 비비듯이 섞어준다.
마지막으로 쌀뜬물을 몇 숟갈 넣어주고 약한 불에 지져 주면 맛있는 우렁토마토 강된장이 된다.
더위가 시작되면 입맛이 영 제 맛이 아니다. 이 우렁토마토 쌈장에 밥을 슥슥 비벼 먹으면 부러울 게 하나도 없다. ㅎㅎ 남편에게 열무김치를
담글 줄 알면 보리밥에 열무 넣고 우렁된장에 비벼먹고 싶다고 했더니 말은 잘하는데 왜 할 줄 모르는 겨 한다. 나만 하라는 법 있남? 당신도 한 번 만들어서 해 달라고 했더니 또 멍 때리는 표정이다. 같이 늙어가는데 누가 먼저 갈 줄 아냐고요 있을 때 좀 해 줄 걸 하지말고 후회하지 말아야지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