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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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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회


BY 천정자 2015-05-08



남편이 엄청난 고사리를 뜯어 왔다.

나 없는 동안 고사리만 뜯어다가 장사할려고 했나 싶다.

그런데 그 많은 고사리를 삶더니 팩에 싸서 시루떡처럼 켜켜히 쌓아

냉동고에 넣더니 하는 말

" 일곱개 넣었으니께 누구 주기만 혀 ? 알았지 ? 어?

일년 치 고사리를 먹을 양이니까 절대 누구 줄 생각 말란다.

글고 해 먹을려면 본인한테 인증받고 해먹으란다.

 

몇 년 전에도 남편은 고사리를 뜯어다가 말리고 얼리고 했었는데,

남 주기 좋아하는 마누라때문에 몇 번을 먹지도 못하고 다 털렸다고 아예 

마른 고사리는 창고에 넣고 열쇠를 들고 다녔다.

그 덕분에 냉동고에 쾅쾅 얼린 고사리만 야금 야금 없어지니까

이젠 숫자를 세어 놓고 나에게 으름장이다. 누굴 주기만 혀 ~~ 이러더니 나를 쬐려 본다. 속으론 뜨끔 했다. 나두 고사리를 좀 뜯어 볼까 했지만 그 고사리는 나에겐 별로 보여주지 않을 작정인지 내  발 밑에 있는 것도 밟고 다닌다고 남편은 잘 못 뜯는다고 나를 엄청 구박했었다. 그래서 나는 안뜯고 먹기만 한다고 했더니 차라리 그러란다. 

하라면 해야지..

 

그런데 요즘 햇고사리에 잘 생긴 조기생선 몇 마리를 넣고 오랫동안 지져 국물 자작하게 끓인 요리가 테레비에서 자꾸 튀어나오고 머릿속에서도 한 마리 두 마리 생선이 아닌  그 먹고사리 쫄깃한 맛이 아삼삼하게 떠오르는데, 냉동고엔 가득한 저 고사리를 어떻게 해 먹을까  이 궁리를 저 궁리를 해봐도 먹을려면 천상 뜯어 온 남편에게 먼저 보고를 하라니 상사한테 결재를 받아야 할 처지인 셈이다.

 

전에 하도 남에게 퍼준다고 어찌나 지청구를 해댔는지 듣는 나나 하는 남편이나 해마다 봄만 되면 식순 같은 무슨 연중행사 같은데, 올 해는 좀 다른 것이다. 아무리 봐도 저 거 말고도 남편은 또 어디에다가 마른 고사리를 뭉쳐 놨을텐데 호심탐탐 늘 노리는 마누라 때문에 여기 저기 잘도 숨겨놓더만 이젠 아예 숫자를 세어 놓고 보니 이건 완전히 그림의 떡이 아닌 그림같은 고사리가 되버렸다.

 

요즘 햇고사리로 부침게 해먹으면 디게 좋은데 했더니

" 니 할 줄 아나? " 하고 나를 또 경계한다. 또 어디 줄려고 이런 표정이다.

한 번 해먹지 뭐 하고 냉동고 문을 여니까 또 그런다.

지금 먹음 여섯 개라나 글고 된장찌게에도 조금 넣고 나머지는 고사리 회를 먹어야 한다고 큰소리친다. 고사리 회가 뭐냐고 하니까

" 회도 물러?" 이런다

 

생선회는 많이 먹었지만 웬 고사리 회? 했더니

얼린 고사리를 자연스럽게 해동시키더니 초고추장에 한 번 찍어 먹어보니까

진짜 회같이 쫄깃하고 맛있다.

 

또 친구 생각난다. 서울 사는 친구는 늘 나에게 그랬다.

니 고사리 뜯으면 즉시 연락하라고 했는디 아 이걸 그냥 택배로 부치고 내가

다 먹었다고 하면 누가 아냐고 혼자 별 생각에 핑계를 만들고 있는데,

남편이 그런다.

 

니 또 딴생각하고 있지?'

부창부수라고 그럴 땐 좀 모른 척 해주지..

아무래도 내 친구한테 전화 해야 되겠다.

올 해는 고사리 물 건너갔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