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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김장 하셨어요?


BY 천정자 2014-11-20

2014년이 이젠 한 달하고 열흘 남았다.

나 원 참 종종대고 산다고 살았는데

달력이 한 장 남은 걸보니 어이가 없다.

이를 어쩔거여 ~~ 누가 물어 볼까 무섭다.

 

나이 먹는 거 먹을 땐 공짜 같더니

달력 12장 통째로 한 번에 먹는다고 다 먹어지나 그것도 아니고

그냥 준다고 해도 안 받을 나인데,

저울 달아 몸무게 만큼이나 비스무레하게 나이드는 것을 보니

참 세월 참 무시무시하게 빠르게 간다.

 

얼마전 한 지인이 나에게 전화가 왔었다.

김장을 했는데 내 것 까지 담았으니 가져가란다.

벌써 김장을 하셨냐고 물으니 요즘은 김치냉장고 덕분에 더 춥기 전에 얼른 김장부터

해버린단다. 그 분 덕분에 난 덤으로 김장은 안 해서 좋은데 기분은 그렇게 좋지는 않다.

우리집 김치도 해주신다고 하면 좀 불러서 일도 부려 품앗이라고 나도 받은 댓가를 조금이라도 표시하고 싶었는데, 나 혼자의 비밀이지만, 주부가 아닌 전혀 살림치라는 걸 잘 아셔서 그런가 아예 불러주지도 않으시고 김치만 가져가라고 하시니 진짜 송구스럽다.

 

김장 하려면 얼마나 많은 고단함과 부담이 더 가중되어 스트레스가 된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파트에 살다보니 바깥의 날씨가 궁금하면 일부러 베란다에 나가 창문을 열어 확인 해봐야 알게 된다.

전에 살았던 마당이 있던 집은 비가 오면 바깥에 프라스틱 개집 지붕위의 비맞는 소리에

아 비가 많이 내리는 구나, 함석지붕에 두두두 소나기가 내리면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감나무 잎에 우르르 스치는 바람소리에 놀라 깬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천장에 쥐들이 가족을 이뤄 백미터 운동회 계주하나 두두두 뛰어다녀 꼭 아파트 아랫층 소음공해에 시달리는 것 마냥 천장을 여기저기 콕콕 찍어대며 우리 좀 잠좀 자자 하고 소리친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이젠 이런 일도 전설따라 삼천리 먼 훗날 애깃거리가 되게 생겼다.

옆 집 김장 할 때 한 바가지 겉저리에 서로 웃음 묻혀가며 돼지고기 수육울 싸서 먹는 김치도

먹고 싶은데, 이게 다 그야말로 다 추억이 되버렸다.

 

좋은 집에 살고 있는데도 옛날 그 집이 왜 자꾸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몸에 편리한 구조인 아파트보다

좀 불편해도 문지방을 넘나들고 턱에 걸려 넘어져도 몸은 거기에 이미 익숙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계절마다 마당에 피워대는 향기나 냄새가 다 다르다는 것을 마마 몸으로 먼저 습득을 했겠다 싶다.

남편은 전에 처럼 마당에 개도 키우고 싶어 다시 땅으로 내려가고 싶단다.

처음엔 이사와서 14층이 너무 높아 어지럽다고 하더니 이젠 어느 높은 등산코스에 올라갔다가 다시 하산해야지 하는 생각에만 골똘히 한다.

하긴 평생 마당에 붙어 산 사람이 허공에 매달려 사는 것 같으니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제 아파트에 이사 온지 일년이 넘어가는데

아무래도 다시 이사를 가고 싶다는 눈치다.

밤마다 천장에서 쥐들이 살던 집으로 다시 이사 가고 싶냐고 하니까 남편이 그런다.

" 지붕을 수리해서 지붕을 다 막아버리는 거여!"

나도 그 말을 들어보니 그러고 살아도 되겠다 싶다.

불편한 집에서 살 땐 좀 편리한 집으로 얼른 이사를 가야지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남편이 오죽했으면 저런 생각을 다 했을까.

 

 

아무튼 잠시 어디 놀러 온 것도 아닌데, 평생 살면서 내 집이냐 아니냐 전세냐 월세냐 그러다가 인생 다 보낸 것 같은데, 올 해도 그러다 다 보냈다. 무엇이든 갖는 다는 거 소유의 목적이 따로 있는 다른 세계에 이사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매양 무슨 착각인지 확신이 되어 늘 절절 매게 되는 현실이 좀 얄밉다.

 

그냥 대충 살다가 가는 거 참 말처럼 쉽지도 않고 전혀 간단하지 않다.

이런 겨울 몸 하나 뉘울 데 없어 마음 둘 곳 없는 것이나 매 한가지인 처지인 사람들이

지금 얼마나 많은데. 꼭 비교해서 얻은 행운이나 행복이 그리 오래 갈리 없다.

 

 

내 몸에 나이를 먹듯, 철도 나이가 있는가 보다.

이제야 이런 저런 생각을 주절주절 떠들어 본다.

오늘 김장 김치에 수욱을 삶아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