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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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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글을 읽고 있을까...


BY 천정자 2014-08-25





요즘은 새벽이 춥다.

자다가 눈 떠보면 바람이 으슬으슬 가을 바람이 창가로 솔솔 들어 온다.

보이지 않는 바람을 몸으로 느낀다.

 

곧 추석이 올 것이고, 북적북적 귀성행렬이 우르르 고속도로니 국도니 가득 찬 모습을

생중계로 방송을 할테고 몇 시간만에 고향에 도착했느니 마느니 요란할텐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작년 추석엔 뭐 했지 기억을 더듬으니 당최 그 장면이 너무 흐릿하다. 그러고 보니 추석을 지내면 나이 한 살 더 먹는 거 진짜 시간 문제다.

 

오늘 아침에 남편이 그런다.

" 대천에 가야지 벌초하러?"

남편의 말에 문득 아! 울 아부지 산소도 가봐야겠구나 생각이 난다.

벌써 이 세월이 몇 년 지난건지 내 열 손가락으로 몇 번을 접어도 모자른 그 시간이

고스란히 아부지 무덤에 농축된 것처럼 느껴졌다.

 

남편은 장인어른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장인어른이라는 말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명절 때 마다 그나마 산소에 벌초하러 가서 그제야 장인어른 벌초 하러 왔습니다 이런 식으로 한 번 말을 하는 것이 일 년에 단 한 번 들었다.

 

아버지도 술을 잘 드셨다는데, 아마 살아계셨으면 사위랑 주거니 받거니 잘 하셨을텐데,

딸인 나도 울 아부지 얼굴 가물가물거려 기억이 안나는데, 그나마 다행인것은 울 엄마 말씀대로 지 아부지 그냥 갖다가 박았다 닮아도 어떻게 그렇게 닮았냐고 노상 그러셨다.

그래선가 엄마는 나를 보시는 눈빛이 아버지를 보시는 것처럼 하신다.

 

이쁜 엄마를 닮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요즘 세상에 쌍꺼풀이 없는 얼굴이 흔하지 않다.

눈은 쭉 찢어져가지고 거기다가 작다. 코는 납작코에 입은 도날드덕처럼  툭 튀어나와

남들이 보면 늘 삐져있는 것 같단다. 피부라도 좀 고으면 좋으련만 주근깨는 왜 그리 많은지, 그래서 성형 좀 한 번 해봐라 치아도 교정을 하라는데 나이드니까 이뻣던 친구나 못생긴 나나 주름살 앞에서 평준화다. 누구한테 이쁘게 보일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문제는 내가 그 쪽엔 좀 덜 떨어진 무관심에 가깝다. 그래선가 화장품이며 옷값은 거의 비용이 안든다. 화장품은 있으면 있는데로 없으면 없는데로 발라도 표시도 안난다. 누가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냐고 하는데, 내 얼굴에 뭘 발라도 주근깨는 여전히 잘 붙어 내 트레이드 마크 된지 오래다.

 

옷도 그렇다. 사시사철 옷을 사 입는다는 것을 아예 잊어 버렸다. 십 년전 몸무게나 지금 몸무게는 거의 달라지지 않아 그 옷을 그냥 입는다. 유행도 십 주년이 있나 지금 입어도 지금 유행하는 디자인이나 별반 차이를 못 느꼈다. 그런데 요즘 나는 이 옷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친구들이 갱년기를 겪으며 갑자기 불어난 살 때문에 전에 입었던 옷을 못 입는다고 그 옷을 나에게 준단다. 이 친구들 옷을 나한테만 준단다. 작아서 못 입는 옷이

체구가 작은 나만 입을 수 있다나. 어떻게 하던 다이어트를 해서 다시 그 옷들을 입고 싶은데 생각과 몸은 전혀 반대로 따로 따로 반전이니 결국은 옷은 맞는 사람이 주인이다 하고 나에게 택배로 보냈다. 그래서 골라서 입는다. 일단은 옷값은 굳었다. 옷 보낸 친구는 나보고 입고 사진찍어서 보내란다. 그러니까 인증샷을 날리라는 건데 보내주었다.

그 사진을 보고 답장이 왔다.

" 어머머 니가 주인이다 이쁘다!"

 

친구가 보내 준 옷을 꼭 패션쇼 하듯이 일일히 사진 찍어서 보내니까 무지 좋아한다.

가방도 많은데 준단다. 구두도 보내주고 이거 참 늙어서 돈을 많이 벌어 쓰는 것보다

친구 잘 둬서 호강한다. 어쨌거나 추석도 코 앞이고 그 동안 남은 한 해 또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요즘 시국이 영 불안하고 심상찮다.

 

불편한 진실이 드디어 둑 터지듯이 요즘 여기저기서 갑자기 푹 꺼져 버리는 씽크홀처럼 밝혀질려나 진짜 어지럽다.

누가 맞는지 틀린지 퀴즈대회에 나간 선수들처럼 정답을 먼저 맞추면 장땡이다 식이다.

진실이 밝혀지면 누가 제일 많이 불편할까.

그동안 당연하다는 듯이 벌어진 부정부패가  부실공사로 함꺼번에 터져

우왕좌왕 뒷감당 못하는 꼴이 되었다. 

 

 

세월호 법때문에 단식투쟁하는 그 마음을 어떻게 안다고 말로도 표현하지 못하겠다. 자식잃은 슬픔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그 불편한 진실이 때가 되면 저절로 밝혀지는데,  그런 사실을 막아 낼 방패나 방법이 전혀 전무하다. 아무리 힘이 쎈 천하장사니 잘 날아가는  새도 떨어지게 하는 권력도 모두 한 순간에 이슬처럼 사라지는 것을 보고 세상 이치가 어떻게 간단하게 계산으로 끝날 것을 기대한다는 것이 쓸데없는 욕심인 것을, 어땋게 법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을 제정 상정한다는데, 으이그 애당초 특별법 만들어 준다고 약속이나 하지 말지,

이래저래 공신력이 마이너스 상한가로 뚝 떨어져 버렸다.

 

요즘은 구국의 기도를 먼저 해야 마음이 편안하다.

내 신상에 돈 벌어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어도 

나와 같이 사는동안 숨쉬고 평화롭게 더불어 살다가 떠나도 괜찮은 것을  자꾸  불안 초조한 생각만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제발  더 이상  억울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단식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