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제대하자마자 아들은 돈을 벌어야 한단다.
놀면 뭐하냐고 하면서..
그러더니 나에게 전화가 왔다.
" 엄마 나 친구랑 같이 알바 할 때 우리 집에서 자고 먹고 하면 안될까?"
알바하는 회사가 우리집 근처이고 그 친군 사는 동네는 버스 첫 차가 새벽 6시니까 그냥 우리집에서 자고 바로 통근버스를 타면 좋겠다는 합의를 이미 해놓고 나한테 통보하는 것이다. 나는 그러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주 야간 2교대 근무하는 회사를 둘이서 이력서를 들고 찾아 간 모양이다. 둘 다 내년에 학교를 복학을 해야 되니 등록금도 벌어놓고 용돈도 써야 하니
계획을 이미 세워 놓은 모양인데, 에미한테 이 놈은 지 할 말만 하지 물어도 대답도 잘 안한다. 아들 둘이 아니길 참 다행이지 있는 딸 하나는 묻지 않아도 조잘조잘 잘도 애기하는데, 아들은 완전히 내가 짝사랑을 하는 것 같다.
같이 출 퇴근 하는 아들 친구한테 내가 살짝 물었다.
" 애 일은 좀 어떠냐 할 만하니?" 했더니
비실비실 웃으면서 처음이라 힘들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쨘하다.
옆에 있던 아들 놈도 그런다. 겁나게 힘들단다. 주 야간 교대하면서 근무하는 것이 더 힘들단다. 속으론 그려 이 눔아 남의 돈 벌기가 그렇게 힘든 겨 이제 알았냐 말하고 싶었지만 앞으로 더 그 보다 더 힘든 일이 생길텐데 그 때 써 먹을려고 목구멍에 일단 보류를 해놨다. 게으른 에미를 닮아서 느린데다가 잠퉁이 엄마 아들 아니랄까봐 잠도 엄청 자는 아들이었는데, 군대를 갔다 오더니 이젠 제법 남자티도 나고 제 시간에 벌떡일어나 출근하는 걸 보니 사람 구실 좀 하겠다 했다.
아들이 김치찌게를 좋아하는데 오늘은 돼지고기 숭숭 썰어 보글보글 끓여줄까, 요즘 햇감자 나오는 걸 감자볶음도 하고 이거 저거 상상을 하는데 문득 아들 친구는 뭘 좋아하는지 묻고 싶었다. 아들한테 애길 해보니 그런다. 된장찌게를 좋아한다고 한다. 일주일 동안 신었던 양말, 속옷을 배낭에 차곡차곡 챙겨 집에가서 세탁을 하고 준비를 해서 또 우리집에 있는 동안 조용히 있는 아들 친구를 보니, 울 아들 진짜 친구는 잘 만났구나 생각이 들었다.울 아들이 학교를 가면 온 동네가 조용하고, 학교가 어떻게 저 아이를 감당하나 싶었는데 언제 저렇게 커서 군대도 잘 갔다오고, 지 알아서 앞가림 하는 것도 모두 그저 고맙다.
요즘 세월호때문에 버스를 타는 학생들, 길거리에 삼삼오오 몰려 다니는 아디들을 보면 그저 이뻐 보인다. 살아 있어서 고맙고 건강하게만 잘 자라다오 그 거 외엔 아무 주문이 없다. 공부 못해도 괜찮고 가족에게 서로 힘이 되어 희망이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였다는 것을 조금 깨닫는다.
주말이라 아들 친군 일주일동안 밀린 빨래를 배낭에 싸서 넣더니 나에게 인사를 한다.
" 다음 주에 또 올께요 안녕히 계세요!"
내가 전엔 아들 둘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했는데, 이 놈은 은근 탐이 난다.
아직 나에게 두 놈 다 월급날을 말하지 않았다.
이거 참 누구한테 먼저 물어봐야 되는 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