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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에 노란리본을 달았습니다


BY 천정자 2014-05-02



 

떠들기 좋아하고 애기 좋아하고 놀기 좋아했는데

세월호 침몰후 나는 말을 잃었다.침묵이 아닌 침묵이었다.

조용히 말없이 지켜보다가 이젠 울화가 치밀었다.

안그래도 요즘 갱년기 때문인지 자꾸 가슴에 열이 밀물처럼 밀려오다가 느닷없이

썰물처럼 휑하니 우울증 아닌 우울한데   

 

아직 수습을 못하고 찾지 못 할 실종자들이

사고 지점에서 한 참 떨어진 곳에서 발견 되었다는 애길 듣고

구조도 못하고 시신도 못찾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제발 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골똘해진다.

 

사고 당일날 그 다음 날 딸에게 아침 먹고 출근해야지 했더니

" 엄마는 지금 밥이 넘어 갈 것 같어!"

그 대답에 나는 아차 싶었다.

자식 입장이나 부모 입장이나 죽고 사는 경계선에 처해 있는 상황을  봤는데도

습관적으로 나는 딸에게 아침을 먹으라고 했었는데 나보다 한참 어린 딸이 나보다 더 생각이 깊다.

 

그렇게 딸은 아침을 거르고 출근 했는데, 나 역시 아침  먹는 것을 잊어 버렸다. 그 날 아마 저녁에 겨우 한 끼 먹는 둥 마는둥 대충 해치웠다. 이상했다. 왜 자꾸 방송을 보는데 무서운 공포 영화보다 더 무서운 상황과 불길한 예감이 습격하듯이 덮쳤다. 얼른 TV를 끄고 방안에 조용하게 나 혼자 그저 기도만 했다.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난 적 없고 별 일 없을 거라고 그렇게  멍청히  혼자 앉아 있었다. 새벽이 다 되서 잠이 깼는데 도저히 tv전원을 누르지 못했다. 제발 그저 무사히 안전하게 전원 구조가 되었다는 뉴스를 듣고 싶은데, 반대로 그것이 아니고 자꾸 엉뚱한 생각이 더 뻗쳤다. 결국 새벽에 퇴근한  딸이 나에게 말했다.

 

" 엄마 배가 침몰했데 어떻게 해?"  

공포보다 더 무서운 그 불길한 예감이 사실이 되어 통보 받은 기분이었다.

얼른 방송을 틀어보니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져 있었다.

친구들이 카톡으로 속속히 상황을 나에게 전달을 했다.

모두가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되어 누구보다 그 상황을 가장 마음 아프게  속수무책으로 지켜 볼 수 밖에 없다고 어떡하니 어떡하니 ...

 

또 다른 한 지인이 긴 문장 카톡문자가 왔다.

"tv 앞에서

꾸역꾸역 밥을 먹었다.

진전없는 구조작업에 가슴은 찢기고

애려오는데

내 생물학적 욕구는

이렇듯 염치 없단 말이냐...

산 벚꽃 바람에 흩어지듯

산화한 순결한 내 아가들아

눈물로 범벅된 밥수저를 놓고 한 동안을

흐느껴 울었다.

차가운 물살 선실안에서

부유하는 먼지처럼

떠있을 내새끼들아!!

 

주님께 청원합니다

부활절 아침에

주님처럼 우리

아이들이 살아돌아왔으면

기적이 생겼으면

하룻밤만 자면

그런 믿짐 못할 일이 제발 일어났으면..."

 

카톡을 보지 않아도 눈물이 줄줄 흐르는데 긴 문자에 그만 엉엉 울어버렸다.

많이 울어 내 눈이 퉁퉁부어도 제발 살아돌아 오기만 한다면 무슨 짓을 못할까 .

 

그렇게 죽음의 사월이 지나고 이젠 오월이 되었다.

너무 어이없고 기막혀서 이런 애길 어디다가 해야 속이 후련하건만

어디를 봐도 내 속앓이보다 더 아픈 유가족을 보니 더 할 말이 없다.

아픈 딸아이를 키워보고 공부 못해도 괜찮다 건강하게만 자라면 더 이상 만족할 게 없었던 나였다.

애들을 말 잘듣고 너무 착하게 키운 것도 죄인가 싶다. 그렇게 창의적으로 인재를 키운다고 교육혁신을 하다가

배가 가라앉을 때 선장부터 도망가라고 누가 따로 지령을 내렸나 궁금하다.

뭐 이런 일이 다 생기는지 정말 내가 그 애들보다 너무 오래 살았나 정말 미안한 마음뿐이다.

 

대통령의 사과문을 읽어보니 진심으로 유가족을 위로하기 전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들 민심 수습부터

신경 쓴 것 같다. 정부의 부실대응이 아예 불신을 불러 들여 자업자득인 셈이다.

부정부패 타결이 어제 오늘 숙제가 아니다. 애당초 습관이 되버린 고질인데, 이름만 백날 바꿔봤자

간판쟁이 건수 올려 돈만 벌면 그만이지 식이다.

 

얼마 전에 군에 간 아들이 드디어 전역을 했는데

그 아들이  침몰 된 세월호를 보더니

" 누가 일부러 바다에 쳐박아 놓은 것 같어.."

나는 정말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상실했다.

 

애들 눈은 정말 정확하다.

잣대를 들고 부모의 뒤에서 재본다는 그 무서운 자식들이다.

그동안 저지른 도덕적으로 해이한 정책이나 돈벌이에 급급한 부실이 손하나 못쓰게 하고 정말 일부러 넘어지게 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침몰하는 배를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는지 해도 해도 너무한 것이다. 그 부실공사한 화물선에 어떻게 사람까지 태울 생각을 했었는지 끔찍하다.

 

아! 우리나라 대한민국...

이를 어쩔고...

단 한 명이라도 유실된 시신이 없어야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