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와골절이라고 수술을 받은 아들이 벌써 한 달이 되어 퇴원을 한다고 전화가 왔다.멀리 대구까지 산골 오지에 있는 국군병원까지 네비틀고 부랴 부랴 달려가는 동안몇 번 씩 전화가 온다. 동네에선 유명한 길치인 엄마를 못 믿어서다. 기차를 타고 부대까지 갈려고 했더니 시골에 버스도 언제 오는 지 전혀 모르겠단다. 부대로 귀대해야 하는데 정말 물설고 길 몰라 할 수 없이 엄마인 나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부대를 찾아 갈려니 막막했던가 보다. 이래 저래 그래도 엄마가 제일 만만했을테고 차에 태워 돌아오다가 그런다. 병원하고 부대하고 너무 멀면 귀대시간을 하루 외박을 해준단다. 아이그 이 눔이 왜 이제 그 애길 하냐고 하니까 자긴 분명히 했단다. 엄마가 못 알아들었다고 박박 우긴다. 그러고 보니 한 것 같기도 하고 안 한 것 같기도 하고 나이먹은 엄마 기억력이 점점 퇴화되는 걸 눈치챘나 아들이 되레 면박을 준다. 그러니 하루 외박을 할 수 있다고 당장 영화를 보고 싶단다. 엄마도 같이 봐야 되냐고 물으니까 대답이 걸작이다. 원래 영화는 혼자 봐야 집중력이 쎄다나 뭐 이런 아들이 나에게 태어났나 싶다. 에미 얼굴이 더 보고 싶지 않은 얼굴하고 영화를 오늘 꼭 봐야지 굳은 결심을 한 얼굴이 교차되는 것을 보고 한 달 전에 동기한테 맞아서 눈텡이가 시퍼런 둥둥하게 불어터진 얼굴이 상상이 안된다.영화상영 시간이 길단다. 3D 영화라서 그렇다나 제목을 물어봤는데 뭐라고 하긴 했는데 지금은 까맣게 들은 적 없는 것처럼 잊어먹었다. 이거 참 아들한테 또 물어볼 수도 없고 영화는 확실히 보긴 봤다고 남편한테 전화로 애길 했더니 " 당장 집으로 데려 와야지 무슨 영화를 보냐고 ?" 남편도 또 묻는다. 아무리 봐도 부창부수다. 제목을 모른다고 몇 번을 애길해도 남편은 무슨 영화를 그렇게 오래보냐고 재차 물으니 내 대답은 " 원래 3D영화가 길 데!" 그렇게 집으로 들어갔더니 남편이 또 묻는다. 영화제목이 쓰리디여 ? 아이그 이거 참 아들이 영화를 본 지 몇 시간도 안 지났는데 영화제목이 홀러덩 뒤집혔다. 아들이 배잡고 겔겔겔 웃는다. 그렇게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있는 것도 오랜 만이라 사진 좀 찍자고 했더니 아들이 박박 밀은 머리가 스타일 안나온다나 거부란다. 같이 저녁을 먹는데 남편이 갑자기 엉덩이를 들더니 두다다다 방귀가 따발총처럼 튀어나오니 아들이나 나나 딸내미까지 모두 숟갈 놓고 난리다. 왜 하필이면 다 같이 모인 식사자리에 방귀총을 쏘아대냐고 밥 못 먹겠다고 숟갈을 놓는다. 그러자 남편 왈! ' 살다보면 다 그런 겨! ~~" 그래도 아들은 비실비실 웃으며 밥은 잘도 먹는다. 딸내미는 다시 숟갈을 들어 식사를 하고 남편은 옆에서 물 챙기고 생선 뼈 발라주고 아무리 봐도 에미가 해야 할 일을 남편이 가로챈 것처럼 보인다. 다행히 수술결과가 좋아 다행이다는 둥 다시는 전역할 때까지 니 꼼짝 말고 부대생활 잘 하라는등 니 또 동기생이든 누구 든 또 싸움질 하면 그땐 용코 없다는니 이 건 밥을 먹이는 건지 잔소리를 먹이는 건지 남편만 신나게 떠드는 것 같다. 저녁 야식으로 후라이드 통닭 한 마리를 배달시켰는데 통닭에서 구린내가 난다나 방귀는 남편이 꼈는데 왜 배달시킨 튀긴 통닭에서 냄새가 나냐고 아들이 또 겔겔겔 웃는다. 나도 먹어보니 아무래도 냄새나 치킨 상태가 불량한데, 아들 또 식중독으로 입원 할 까 싶었다. 도로 전화해서 바꿔오라고 딸내미는 가지러 간다고 전화하라고 그러고, 겨울 밤에 나가기는 귀찮고 또 누가 가서 바꿔올까 얼굴 보다가 차라리 안먹고 말자 결론을 내렸다. 지금도 궁금하다. 왜 치킨에서 구린내가 났는지 .. 아들은 그 다음날 자기 짐 잘 싸서 등에 메고 지하철타고 부대로 잘 귀대를 했다. 들어가면 전화하라고 했더니 알았단다. 그런데 그 날 전화가 오지 않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했는데 귀대한지 몇 칠 지났나 전화가 그제야 왔다. 일찍도 한다 이눔아 했더니 "엄마 나 배고파 훈련하고 돌아왔더니 밥 없대 돈 만 원만 보내주세요?" 그 전화 받고 혼자 빙그레 웃었다. 요즘 날씨가 부쩍 추워졌는데 제발 건강하고 무사히 성실하게 전역할 때까지 엄마 기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