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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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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돈 관리를 잘 할 수 있을까


BY 천정자 2013-08-30



집에서 있다보니 더 할 일이 많다.

집 청소도 살림도 하다못해 쓰레기 버리는 것 까지 갑자기 슈퍼아줌마가 된 기분이다. 직장이 집으로 바뀌었다고 할까. 딸냄이 돈도 잘 모르지만 숫자도 잘 모르는 덕에 내가 돈공부를 시키는 건지 가르치는 건지 아무튼 바쁘다.

 

어리버리한 딸하고 친구가 백화점에 같이 놀러갔는데, 백화점 입구에서 신용카드 발급을 받으라고 하니까 신상명세서를 써주었나 보다. 그 자리에서 오 만원을 주더란다. 뭣도 모르고 그 오 만원을 받은 딸이 나에게 전화를 해서 자랑한다.

" 엄마! 집주소하고 이름만 써 줬는데 돈 오만원 준다 ! 나 부럽지?"

그 말 들은 나는 이거 또 뭔가 일을 저지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혹시 주민번호도 적어 줬냐고 물었다.

다 적어 줬단다. 받은 돈은 이미 같이 간 친구와 피자 한 판 시켜먹고 있는 중에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란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다음날 딸이 징징댄다.

" 엄마 그 사람들 이상해 왜 자꾸 주민등록 주소를 다시 확인해서 알려 달래?"

당연하지 이사가기 전 주소만 알고 있는 딸이 새로 전입한 주소는 외울려면 한 일 년 걸릴텐데

아무래도 에미인 내가 나서야 되겠다 싶어 카드사 전화번호를 불러 달라고 했다.

엄마인 나나 그 딸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아주 골치가 아프고 귀찮아 하는 것은 똑 닮았다.

" 엄마! 나 돈 받은 것 도로 줄테니까 카드 안 받는다고 해 줘!"

이그 이거사 카드 신청은 니가 하고 취소는 에미가 하냐 잔소리도 한 마디하고

불러준 카드사 전화번호에 간단하게 전송을 했다.

' 카드신청 접수취소신청합니다. 오만원은 환급해드겠습니다

 

그렇게 카드사건은 일단락 되더니 딸 냄이 또 전화가 왔다.

" 엄마 친구가 돈 꿔달라는데 어떡해?"

에구 산넘머 산이라더니 이번엔 돈을 꿔줄까 말까 의논전화다.

아마 딸냄 친구가 카드 결제금이 모자르다고 그랬나보다. 꿔달라는 돈이 얼마냐고 물으니까 이십만원이란다. 꿔주지말고 그냥 주라고 했다. 갚든 안갚든 날짜도 받지 말고 달라고 하지 않을테니 다시는 돈 꿔달라고 하지 않는 조건으로 줄려면 주라고 했다. 딸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나보다. 나중에 전화가 왔다.

' 엄마! 그 친구 전화번호 바꼈대 나 어떡해 엄마가 그냥 주라고 해서 줬는데.."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했다. 너는 꿔준게 아니니까 잊어버리고 다시는 그 친구한테 전화도 안 올테니까 그걸로 만족하라고 했다.

 

딸이 어렸을 땐 저거 어떻게 키우나 어른 되도록 잘 키워서 사람만드나 그런 것만 고민했었다. 이젠 딸이  어른이 되어도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민주주의니 자본주의니 무슨 사유가 유행처럼 지나가도 울 딸은 이런 것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앉혀놓고 일일히 손에 쥐어 주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딸에게 우선 가계부를 쓰게 하고 늘 영수증 잘 챙기기, 기본적인 상식을 익혀두게 했더니 그건 잘하는데. 가끔가다가 엉뚱한 일이 벌어진다. 폰뱅킹을 알려주려고 보안카드를 잘 챙겨두라고 했더니 버렸단다. 숫자만 잔뜩 써 있어서 그랬다나.

 

다시 은행가서 재발급을 받아야 한다고 했더니 그럴게 복잡한 걸 뭐하러 쓰냐고 한다. 나중에 엄마가 이 세상에 없으면 엄마 찾아 다닐래 니가 알아서 잘 할래 했더니 딸내미 얼굴이 시무룩해진다.그러더니

" 엄마 어디 멀리가?"

당장 어디 가는 거야 다시 오면 되지만, 너 혼자 사회에서 잘 적응할려면 모르는 만큼 당해도 모르고 아는 만큼 잘 헤쳐나가는 것이 세상이다

 

너무 빠르게 변화가 되는 세상에서 경쟁이 아닌 버티는 것도 힘든데,

저걸 언제 지 앞가림이라도 해야 나중에 내가 떠나도 맘은 편안할 것 같았다.

당장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은 아니고, 조금식 천천히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 부분을 집중으로 훈련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뉴스에 전세대란이네 뭐네 아나운서의 말을 듣던 딸이

" 엄마 ! 왜 꼭 대출받아 집을 꼭 사야 되? 은행이 집 팔아?"

 그 말을 듣던 내 귀가 정신이 번쩍난다. 아니 울 딸이 갑자기 천재가 되었나 다시 뭐라고 했냐고 물었다. 똑같은 말을 또 한다.

 

집 살 돈이 없지 집이 없는 시대는 아니다. 전쟁이 끝난지 60년이 지난 마당에 새삼스레 내 집 갖는다는 소유개념도 좀 촌스럽다. 죽어서 이고 갈 것이 있으면 모를까 평생 모은 돈으로 집을 사는 사람 몇이나 될까. 없는 사람들 돈으로 부동산 투기하다 집값 떨어져도 이자도 같이 떨어지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 놈의 체면치레 때문에 남들 보기에 부러워 보이게 하는 상술에 사실 우리도 속은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집에 옷이 많아도 또 새로운 디자인 옷을 사듯이 나도 모르게 소비자가 된 이 세상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늘 쫒기게 된다. 최소한 오늘 내가 무엇을 하는지 왜 사는지 개념은 알아야 하는데, 소비시대에서 이런 개념은 개도 안물어가는 푸대접을 하는 지금이다. 딸내미 말대로 은행은 집만 파는 곳이 아니다. 돈도 팔고 산다. 그러니 금융지수 잘 높여야 아는 만큼 안당한다. 모르는 만큼 당한다

 

 

무슨 일이든지 오늘 이 시간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