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 원룸 현관문을 열어보니 제일 처음 보이는 것이 있었다.
바로 재활용쓰레기 봉투다.
봉투안에 맨 과자, 배달야식을 시켜먹고 분류도 안하고 그냥 쓰레기 봉투에
쳐 박아놓았다. 음식 찌꺼기에서 초파리가 붕붕 날아 오른다.
에미인 나도 살림을 잘 못해 늘 잔소리 들었는데
이젠 내가 딸내미한테 잔소리한다.
' 먹었으면 분리수거를 제대로 해야 될 거 아녀?"
' 음식 찌꺼기는 따로 따로 분리해서 버려야 욕 안먹는다!'
내가 이 말을 하니까 딸이 나를 뻘줌 쳐다본다. 어디서 많이 들었겠지.
아빠가 늘 쓰레기를 분리하고 버리면서 나에게 잔소리 하던 말을 나도 그대로 옮길 줄이야.
에미인 내가 할 수 없이 종이는 종이대로 비닐은 비닐대로 병은 병대로 분리를 하고 있는데
재활용 봉투는 작고 버릴 잡쓰레기는 왜 이렇게 많은지 재활용 봉투를 사러 마트를 가야 되나 했다.
문득 어느 블로그에서 쓰레기들을 잘라 버리는 방법이 떠올랐다.
비닐 봉투는 그냥 버리지 말란다. 재활용 쓰레기 봉투는 종량제라서 부피가 크면 무조건 줄이는 것이 많이 담아 버릴 수 있다는 설명을 하더니 가위를 들고 모든 비닐 봉투, 라면 봉지, 과자 봉투, 심지어 코풀었던 휴지까지 조각조각 짜르니까 30 리터 봉투 하나로 한달을 쓴다는 것이 기억이 났다. 진짜 해보니까 마트에 갈 필요도 없고 아직 더 여유가 남았다. 딸이 그걸 보더니 엄마 이걸 언제 이렇게 짤랐냐고 한다. 재활용 분리수거함에 빈병을 넣고 프리스틱, 캔을 버리고 돌아서는데 재활용 봉투가 반이나 덜 채워진 것이 보인다.
나는 다시 그렇게 짤라버린 쓰레기를 가져다가 덜 채워진 재활용 쓰레기 봉투에 담아 꼭 묶었다. 혼자사는 사람들이 많은 원룸이라서 그런지 다 재활용 쓰레기 봉투를 다 채우지도 않고 절반만 채워 버린 것들이 의외로 많았다. 덕분에 나는 늘 쓰레기 봉투를 감시하는 것이 일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아직 쓰레기 봉투를 사지 않았다. 좀 있으면 가긴 가야 되겠는데 정신머리 좋아서 가다가 정작 필요한 것은 못사고 엉뚱한 것은 잘도 산다. 그리고 마트에 가서 젤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주차를 하긴 했는데 어디에다 해놧는지 그 차가 내 차 같아 가보면 아니고 그러면 그럴수록 차를 잃어 버렸다고 어디에 말해야 하는지 마트는 나에게 너무 크고 넓다. 그냥 나에겐 전통재래시장이 맞춤이다. 그냥 내 체질에 맞추는 것이 젤 편안한 것을 알았기에 웬만하면 버티거나 좀 기다리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부지기수다.
작고 사소한 것들이 나를 많이 화나게 하고 짜증나게 한 적이 참 많다. 늘 습관적으로 사는 생활 속의 내 모습이 누구에게 보여주고 읽혀질 필요는 없지만, 같이 사는 사람들이나 이웃에게 보이지 않는 질서라고 할까 뭐 그런 것들이 의외로 많았다.
딸이 나를 보더니 그런다.
" 엄마는 요주의 인물이여?"
허허 나 원참 울 딸 요주의 인물이 뭔 지 알기나 하고 말하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