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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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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정자 2013-08-09

얼마 전에 군에 간 아들이 휴가를 나왔었다.

9박 10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다.

내 아들 열흘동안 딱 세 번 봤다.

전화통화도 딱 네 번인가 혹시 몰라 통화내역을 살펴보니 확인을 해보다가

네 번이 아닌 세 번이다.

그것도 통장에 잔고 없다고 돈 보내달라는 문자 한 번.

왔다고 한 번, 간다고 한 번, 아무리 군에 간  아들 국가에 맡겼다고 해도 참 그렇다.

친구들이 전국구에 있다나 뭐라나.

페북에 보니 그야말로 셀 수가 없다.

부모를 만나 한 번 같이 식사를 하는 것도 겨우 끼워 놓고

귀대하는 날 까지 전화를 못 논다.

그렇게 후다닥 아들 휴가도 가버리고 이젠 또 울 딸내미가 나한테 문자질이다.

" 엄마 ! 전기요금은 어따가 내?"

하이고 날 더운데 머리가 더 뜨겁다.

회사 근처 원륨을 얼마전에 얻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엔 본인 외엔 절대 출입금지란다.

엄마랑 아빠랑 오면 같이 쉬고 잤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러 할 수없이 원룸을 얻었다.

문젠 방세니 뭐니 돈 나가는 걸 일일이 알려주지 않음 천상 내가 해줘야 한다.

문자를 받고 얼마 나왔냐고 물으니

그냥 숫자를 읽는다.

일공이삼공!

만이백삼십원이라고 했더니 또 그런다 그게 얼마여?

도시가스비, 전화요금 몽땅 자동이체 시켜 간단하게 해결 해주고 싶은데

언젠가 나 없어도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면 될 거다 했다.

그냥 옆에 있으면 머리를 한 대 콩 박고 싶다. 헤헤

 

또 딸한테 문자가 왔다.

" 엄마 울 회사에 나를 보러 씨이오가 온 대?"

이건 또 뭔소리여? 그렇게 많은 직원들 사열하는 것도 아닐테고 울 딸만 사원으로 있는 회사도 아닌데

뜬금없는 말에 혼자 웃었다. 왜 오냐고 물으니 무슨 시설을 새로 만들었는데 울 딸이 그걸 시범으로 보여 줘야 된단다. 이게 영광인지 뭔지 모르지만 하고 많은 사원중에 아직 숫자를 제대로 못 읽고 있는 딸인지 모르나 보다.

그래서 특별수당을 더 받기로 했다나. 도대체 뭔 일이 일어났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 날 저녁에 문자가 왔다.

" 엄마 그 씨오가 그냥 갔대 나도 안 보고!"

푸하하 혼자 웃었다. 주객이 전도가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답장으로 나도 문자를 보냈다.

" 헤헤 니가 있다는 걸 몰랐나 보다 그치?"

 

저녁에 또 전화가 왔다.

엄마! 저 에어컨 틀면 전기요금 많이 나오잖아 그거 엄마가 내 줘?"

관리비에 이미 포함 된 것을 애기해도 또 잊어먹은 거다.

이래 저래 내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그런다고 했다.

내 대답에 안심을 하는지 전화를 끊는다.

 

몇 칠 전에 그동안 몸 담았던 직장을 그만뒀다.

아직 딸아이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

힘들어서 그만둔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사직서를 냈더니

이러면 곤란하다고 잠시 휴직으로 처리하고 다시 입사하면 안되냐고 한다.

 

그 동안 정들었던 환자들 얼굴이 내 눈앞에서 한 분 한 분 스친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겼다고 했다.

어쩌면 병원에서 일하지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살면서 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에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결정하기 힘들었다.

 

 

당분간 딸아이 뒷바라지 하면서 휴식을 취하라는 주님의 뜻인지 모르겠다.

나의 착각이라면 착각이었을까.

내 인생 내 마음대로 삶의 계획을 세우면서 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매 번 잠복을 하듯 내 뜻이 전혀 아닌 다른 곳으로 인도 된 적이

참 많은 것을 알았다.

 

나에게 내일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시간되면 순종하는 길이 따로 있어 묵묵히 따라 가야 한다는 것도

조금씩 안개 걷히듯이 분명해진다.

 

지금은 집에서 딸내미 전화받고 문자질하고 조금은 심각하게 하루 사는 주부다.

백수라면 백수고 바깥에 날이 더워 뜨거운 태양을 보고 싶어도 보고 싶지 않다.

 저녁이 되면 산중턱에 걸친 태양을 봐야겠다. 한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