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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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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살기 힘들땐 글을 쓴다


BY 천정자 2013-07-19

 나 같이 게으르고 느려터진 사람이 힘들 땐 참 어디다가

하소연 하고 싶어도 말하고 싶어도 나보다 더 힘든 상황을 말해버리면 나도 힘들었던 애길 하려다가 말아버린다. 도토리 키재기라고 그 친구 힘든 애기보다

내 애긴 별거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입은 근질근질하고 가벼우니

힘들고 지칠 때 나에게 말 할 데라곤 오직 이 공간이다.

꼭 말로 떠들지 않아도 고스란히 내 말을 잘 받아쓰기 하듯이 보관도 해주니

탈도 없고 두고 두고 일기장처럼 기록이 되니 나에겐 일석이조다.

 

그런데 누가 내 글을 읽을까 이제야 궁금하다.

나도 다른 사람의 글을 읽거나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을 만나 애길하다가 들어주는 거나

매 한가지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 동안 내 글을 누가 본다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젠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도 아니고 글쓰기의 전문가도 아닌 순수 생활인으로서 매일 매일 살다가 겪는 일상들을 그저 말 할 데가 없어 수다 떨듯이 옮겨 놓은 것들이 요즘 인기 검색어 순위에도 전혀 관계없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내 글을 꾸준히 읽어보는 고정독자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으니 나도 어지간히 눈치 없고 굼뜨다.

 

빠른 세상에서 잘 살아내기란 무엇일까 이런 저런 생각에, 나의 한계를 일찌김치 깨닫는 것이 상책이었다.

뭘 잘 할려고 많이 벌고 모으고 남 보란듯이 살아내기의 기준이 도대체 누가 만든 규칙인지 그것도 궁금하다. 내 멋에 내 생각대로 사는데 남에게 폐만 안 된다면 그걸로도 다양한 사는 모습에 한 방법이라고 누가 제시 해줬으면 좋겠다.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외부 압력이 자꾸 습격을 해온다. 체면이 뭔지 명예가 뭔지 남의 시선이 뭔지 모든 것이 남의 기준에 내 생활이 판단된다는 것이 좀 신경질이 난다.

 

한 살 더 나이들면 이런 조바심이 좀 덜 날까 싶었는데 또 그게 아니다. 세대 별로 규격아닌 사이즈로 맞춰 놓은 레벨이 있을 줄이야  내 욕심이었나보다.그래도 이런 애길 털어 놓을 데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 혼자 마음에 담아두면 뭐하나 나만 답답해 죽어도 모를 일이니 진짜 나만 아쉬운 일이 될 뻔했다.

 

오늘은 근처 연꽃이 만발한 곳에 갔다. 여름 한낮에 태양을 마주하고 꽃 잎 열은 꽃을 보니 무슨 생각을 집어 넣을 수가 없다. 저렇게 꽃으로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역경을 겪었을까. 몇 번의 바람과 태풍과 비를 맞고 끝까지 견디어 드디어 한 장 한 장 겹쳐진 꽃잎을 열 때, 아! 저렇게 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운 순간을 이제야 알아보니 나도 천치바보다.

 

집 앞에 산과 강이 내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보이는 곳 까지 오늘의 정원처럼 여겨야 겠다.

굳이 내 돈 으로 몇 평의 땅을 사서 내 손으로 심어야 내 것이 아닌, 소리없이 피고 지는 꽃들도 나름 자신의 주소를 한 철 한 계절 주소를 두고 지구에 살고  있다.

 

무엇을 바라고 오지 않을 생명들이다. 나도 매 한가지로 잠시 살다가 언제 갈 지 모르는 생명을 목숨을 갖고 사는 동안 얼마나 많은 시련이 고난이 올 지 모르지만, 좋은 일만 생긴다는 보장은 절대 없을 것이다.

 

오늘은 그냥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버렸네요. 헤헤

가볍게 말을 건네듯 힘들 땐 나는 주저리 주저리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