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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세 잡수신 할머니가 내 관상을 보시더니


BY 천정자 2013-06-29

" 어르신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간호사인 나는 환자로 입원하신 어르신의 인지정도를 최우선으로 파악해야한다.

여기가 어디냐 사시던 데 주소는 기억나시냐 등등

손자 이름이 뭐냐까지 호구조사 하듯 자세히 간호기록지에 적어놔야 한다.

 내 질문에  어르신의 대답에 내가 너무 놀랐다.

" 내가 18년생이여 한 번 따져봐?"

연세를 묻던 나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다.

산수라면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인 나의 실력을 어떻게 알아보셨나

옛날에 알바로 식당카운터를 한 적이 있었는데 한 손님한테 덜 받고, 다른 손님에겐 더 받고

그런 줄도 모르고  합계를 내보면 계산이 맞으니 주인도 나도 좀 머쓱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갑자기 구구단을 외울려면 전혀 다른 숫자가 아닌 꼭 한 자리수만 많거나 적다. 44 16인데 17이거나 15로

계산한 적이 있어 식당주인이 어디서 구구단 새로 개발했냐고 했는데, 이 할머니 연세를 계산할려니

할 수없이 스마트폰에 있는 계산기를 꺼내 두들겨 보니 95가 나온다.

그런데 허리는 일자요 당신 눈은 나의 노안보다 더 총총하시다.

귀도 잘 들리시고 손자 이름까지 몽땅 줄줄 댄다.

증손자까지 이름을 안 물어보기 다행이다.

 

그런데 나를 자세히 보시더니 관상을 좀 볼 줄 아신다고 하면서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보시네, 아이구 이거 참 내가 아무래도 뭔가 잘 못 되가는 상황인 것 같은데

그렇게 한 참 바라보시더니

" 나보다 한 참 어려 보이는구먼"

그 말씀에 웃지도 못해 대답도 못하고 또 머릿속이 하애졌다.

이거 참 제가 당신보다 몇 살 어리다고 해야 되나 또 계산이 안된다.

얼굴에 깨가 잔뜩 붙었단다. 그건 맞다고 했다.

만화영화 캔디는 주근깨가 콧 잔등에만 있지만, 나는  골고루 퍼져 있는 주근깨까지 잘 보이시나 보다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란다. 그 깨가 아니고 꾀가 많단다.

우리말을 끝까지 잘 들어야 본전이라더니

" 좋은 일 많이 혀야 얼굴에 써진당께 자넨 많이 헐 관상이여"

 

나에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일이 많을지 모르지만, 당신 보다 어리게 생겼다는 말에 어리벙벙 하다가

이젠 좋은 일 많이 할 관상까지 말씀하시니 환자로 봐야 하는지, 아님 내가 관상보러 어르신을 따로 만나는 기분이었다. 당신이 왜정 때 태어나서 무슨 일을 어떻게 무엇을 하고 여태 사시다가 나를 만나기 까지

참으로 많은 과정이 있었을텐데,

 

다시 당신 병실로 모시고 가서 침대에 앉혀드리고 돌아서는데

" 아 ! 왜 나이를 말 안하는겨 나보다 어려보이는 구먼?"

아 예 잠깐 기다려보세요 계산 좀 해보고요.

도대체 얼마나 어려 보이시냐고 묻고 싶은데 아무래도 당신 계산법이 따로 있을 듯 싶다.

오늘 좀 지나고 하루 더 나이 먹어도 당신의 손자나이밖에 안될 것이다.

 

돌아와서 간호차트를 확인해보니 어르신 병명이 치매란다.

이걸 어쩌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