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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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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애기하다가 나이만 든다..


BY 천정자 2013-05-04

신랑은 무슨 일이 있어도 처가집 흉보지 마시오,

신부는 어떤 경우에도 시댁을 욕하지 마시요
왜냐하면 낮말은 CCTV가 듣고

 밤말은 블랙박스가 듣기때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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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항만 잘 지키면 평생 별 일 없이 잘 살 것이오.

이상 끝!

허허..이 주례문 내용에 그냥 웃음만 배실배실 내 얼굴에 밴다.

 

내가 결혼 할 때 그 당시 CCTV나 블랙박스나 뭐 이런 게 어디에 써먹는 물건일까

전혀 예측을 하지 못했다. 지금은 전화나 스마트폰이 한 세상 독차지 했으니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지금은 낮 말이나 밤에 소근대는 말이나 쥐와 새가 듣는 세상은 아닌가 보다.

정말  신혼 부부땐 왜 그리 죽기 살기 싸웠는지 다시 타임머신 타고 가서 돌아가라고 할 까봐 겁나게

들이대고 싸웠다. 남편도 다혈질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나는 더 한 수 위인 다혈질에 열받으면 뒤로 목잡고 넘어가다가 숨도 못 쉬니까 이러다 정말 죽는가 보다  느낄 정도였었다. 거기다가 덜렁대지

쥐뿔 아뭇것도 모르면서 내가 맞다고 박박 우기다가  말꼬리잡고 서로 맞네 틀리네 감정싸움은 늘 벌어지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에서 뒤돌아보니 그 불같은 성질 다 어디로 보낸 것처럼 남 애기하는 것처럼 생소하다.

나이가 괜히 드는 것이 아니구나..

오래 같이 사는 부부만 아는 것이 있다면 같은 공감대나 교감하는 공통분모도 자꾸 늘어간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반드시 오래 같이 살고 겪어야만이 서로 얻은 그 공감대가 어디 한 두가지로 분류가 될 일도 아니고, 내 결혼식에 주례문에 기쁠 때나 슬플때나 동거동락 하는 동안 잘 좀 살아보세요 이 주문처럼 간단하게 요약할 수도 없는 수 많은 살아가는 애기들인데, 세상이 하도 좋아져서 수명이 길어지니 싫든 좋든 부부로서 한 4-50년은 같이 살아야 하니 진짜 그동안 산 날보다 덤으로 더 같이 살아야 한다.

 

요즘  나는 직장에 기숙사에서 살고 남편은 모내기철이라 혼자서 농사일을 하느라  진짜 바쁘다.

그런데 주위에서 우리를보고 하늘이 내린 주말부부라고 한다.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주말부부도 하늘이 내려줘야 한단다. 그렇게 될려고 한 것은 아닌데, 떨어져 있어보니 이래서 함께 있을 때 같이 있을 때의 소중한 시간이 새삼 귀하게 느껴졌다. 하필 이 때 북한에서 전쟁운운 개성공단 폐쇄한다고 저 난리인데, 솔직히 정치보다 내 관심사는 군대에 간 아들에게 쏠렸다. 워커도 못 벗고 잠을 잔다는 애길 듣고 참 나라 지키는 아들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그 아들 낳느라 내가 수술 받는 동안 남편은 한 시간동안 울고 있었다고 한다. 14시간 진통 끝에 끝내 정상분만은 불가능하니 수술해야 한다고 동의서에 남편이 사인을 하고 나는 곧바로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렇게 울더란다. 옆에 같이 계셨던 친정어머니가 전해 준 말인데, 요즘 자꾸 먼 옛날 애기들이 자꾸 새록 새록 새로운 의미로 읽혀지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얼마 전에 내 생일이었는데 딸내미한테 전화가 왔다.

" 엄마 오늘이 엄마 생일이지?"

사실 내 생일 내가 잊어버린 적이 참 많다. 꼭 챙겨야 날임에도 이상하게 남편 생일도 내 생일도 어떻게 그렇게 잘도 잊어먹는지 꼭 하루지나고 뭔가 중요한 것을 빠드린 것 같아 달력을 확인해보면 생일 지난 하룻만에 아이고 어제가 생일이었네 이런 식으로 보낸 생일이 더 많았다.

" 아이구 그러네 울 딸이 엄마 생일을 다 기억하고  고맙다! 울 딸!" 했더니

" 엄마! 내가 엄마통장에 선물로 오십만원 보냈어 !"

뭐라고? 울 딸 키우느라 그렇게 같이 살다가 함께 고생한 딸이 이젠 어엿한 직장생활에 사회인이 되어 에미 생일도 기억을 해 준것도 고마운데 선물로 돈을 보냈다니 진짜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 말이 저절로 내 입에서 흘러 나왔다. 

" 에고 울 딸이 힘들게 돈 벌었는데 그렇게 많이 보냈냐  잘 쓸께 고맙다 !"

그렇게 전화통화를 끝내고 통장 잔고확인을 해보니 오십만원 입금이 되었다.

군대 간 아들 걱정하다가 딸냄 선물에 이거 먼저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표정관리가 안된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 주말에도 일하니까 저녁에 만나잔다.

내 생일에 데이트신청을 한단다.

그래 우린 진짜 하늘이 맺어 준 주말부부이니 당연히 주말에 만나야지

그러자고 했다. 만나서 딸이 선물로 준 돈 가지고 맛있는 거 같이 먹으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