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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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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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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중에 어떻게 될 줄 아무도 모른다.


BY 천정자 2013-04-09

맥박도 정상이고 혈압도 지극히 정상인데 환자는 의식이 없다. 

모니터를 착용하고 화면을 확인한 후 나는 환자보호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전화를 받지 않는다. 상대의 전화 수신음이 결국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상냥한 목소리를 듣고야 긴급문자를 보냈다.

" 급연락요망합니다. 어머님이 좀 안 좋으십니다"  

 

환자의 차트엔 몇 개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전화 했지만

하나 같이 약속을 한 것 처럼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득 느낌이 별로 안좋았다.

그렇게 어머님이 좀 안좋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없는 것을 보니

혹시 가족들이 불화가 이미 일어나서 서로 밀어내고 다투고 책임회피하는 유가족을 많이 보다보니

이젠 유가족과 전화통화나, 문자에 답장이 없는 것만 봐도  눈치를 챈다.

 

요즘은 아들만 있는 형제들의 우애가 별로 안좋은 것 같다.

입소 할 때 환자상태를 확인하다 보면 딸이 있냐 없냐의 차이가 분명하다.

벌써 입고 오시는 옷부터 다르다. 딸이 있는 부모는 챙겨 온 소지품만 봐도 금방 안다.

아들이 모시고 온 환자는 빠뜨린 것도 많고, 어떤 환자보호자는 환자가 부모님이 확실한데 환자의 병명을 정확하게 잘모른다.

딸들은 복용하는 약이름까지 잘 알고, 각종 좋은 영양제까지 골고루 챙겨 온다.

 아들과 딸을 비교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응급으로 이송하여 조치를 취하게 하고 나도 응급실로 같이 갔는데,

그때서야 큰 아들이라고 환자보호자가 응급실 대기실에 나타났는데, 어머니는 96세이고, 아들은 70이 넘은 할아버지셨다. 그런데 나보고 그런다, 검사나 그런 것 하지말고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하시면서 어머님 침대로 가더니 죽어야 하는데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냐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그 순간 의식이 없던 환자가 눈을 번쩍 뜨는 것이다. 옆에서 보던 나도 응급실에 있던 다른 의료진들도 모두 다 시선집중에 어머님이 눈을 뜨시고 고개를 둘레둘레 둘러보니 큰 아들이 또 소리를 지른다.

" 나는 돈도 없고 그래서 못 내니께 얼른 검사중단 해줘유? 아! 싸게 싸게!"

 

의사가 오더를 취소시키고 주사를 뽑고 다시 휠체어에 앉은 환자를 보니까 내가 다 어리둥절하다.

아까는 의식없던 환자가 이렇게 멀쩡하게 앉아 있는 모습보고 기적이라고 해야 되나,

아님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구나 이런 저런 생각도 했지만 큰 아들이 또 나한테 와서 그런다.

" 이제 또 그런일이 생기면 그냥 죽게 내버려둬유 알았지유?' 나에게 눈을 크게 뜨고 다짐을 받듯이 말했다.

 

병실에 다시 모시고 오면서 나도 할 말이 없었다. 긴 병에 효자없다고 했지만  만약에 그 큰 아들이 딸이었으면 최소한 어머님 침대 옆에서 버럭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개 딸들은 돈문제나 다른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될 경우엔 먼저 간호과에 상담을 통하고 나중에 결정을 하는데, 이상하게 아들이 보호자인 경우는 이런 황당한 일을  먼저 저지르고 난 후에 통보를 한다. 처음엔 놀랐지만, 자꾸 몇 번을 겪다보니 이젠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다시 의식을 차린 환자의 눈을 뵈니 참 깊고 맑다. 그런데 그냥 내가 슬픈가 아님 진짜 환자의 마음을 보지 못하지만 눈빛이 괜히 초라하고 슬프게 읽혀진다. 환자의 차트에 오늘의  간호일지를 써야 하는데 마땅하게 간단하게 쓰고 싶은데 뭐라고 써야 하나 한 참 궁리를 했는데, 보호자의 요청으로 검사및 치료거부라고 쓰니까 더 쓸쓸하다.

 

꽃피는 삼 사월 화려한 봄은 오는데 바람은 왜 저렇게 사납게 부는지 괜히 멋모르고 옷 얇은 것 입고 나갔다가 코감기 훌쩍훌쩍하는데 이젠 눈물도 나온다.  순간 큰 아들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눈 뜬 환자의 눈빛이 생경하게 떠오른다. 어쩌면 충격으로 아님 일종의 쇼크로 치료아닌 치료를 받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나중에 알고보니 딸 하나에 아들만 넷이라는데   남북 이산가족보다 더 우애가 없다는 가족애길 듣고보니 진짜 환자가 사망을 하셨을 때 누구한테 전화를 먼저 해야되나 고민이다.

 

요즘은 나이드는 것, 늙어간다는 것이 정작 병이 없어도 병아닌 병이 된 세상이다. 

나이 안드는 사람 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만은, 자꾸 그런 이상한 생각이 만연해지고 유행처럼 번진다. 결국 나도 그렇게 나이먹고 늙는 것은 당연한데 이상하게 먼 세상 남의 애기처럼 착각하게 된다. 나중에 내 자식이 내가 드러누운 병원에 와서 치료비 없다고 당장 검사 중단하라고 할 정도로 어려워지는 것도 기대할 일 아니지만, 내 인생이라고 내 맘대로 되는 일이 몇 가지나 될까 싶다.

 

그나저나 아무래도 평균수명에 맞춰 살아도 100세인데, 이거 참 오래 살아도 걱정이다. 그 많은 시간동안 뭐하고 늙냐 그냥 늙냐 선택만 남은 것이다. 우선은 평생 건강보험이나 한 번 알아봐야 겠다. 이나이에 자식한테 못한다고 뭐라고 한다한들 나만 아쉬운 입장인 만큼 사는 동안 연금으로 받고 내가 아프면 아들이 보호자가 아닌 보험회사가 달려와 순서밟아 척척 다 알아서 해주고 극진히 대접해주는 그런 자식같은 보험하나 더 들어야 나중에 내 자식들이 부모치료비 때문에 싸울 일은 없을 것이다.  돈도 별로 안들고 앉아서 서서 걷는 운동도 시간맞춰 열심히 해야겠다. 건강할 때 아프기 전에 귀한 보물처럼 대접해줘야 보답이 따른다. 내일 일어 날 내 인생은 내가 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