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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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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다니..


BY 천정자 2013-03-04

" 엄마 뭐 먹고 싶어 내가 다 사줄께!"

딸내미가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 확인하는 순간 갑자기 뭐를 먹어야 할 지,

그동안 꼭 뭐가 먹고 싶었다는 정해놓은 것이 있어도 갑자기 생각하면 되레 머릿속이 하얗다. 나의 주위에 딸과 같은 장애아동을 둔 한 가정을 알고 있는데, 이 아이도 울 딸과 비슷한 또래다. 장애도 비슷하고 다녔던 학교도 중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는데, 이 아이는 결국 장애인 시설로 들어가 생활하게 되었다고 전해 들었다. 그 소식을 전해 들으니 꼭 내 아이가 그 시설에 입소 된 것은 아닌데도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비슷한 처지에 동변상련이라고,

그 아이도 잘 되어 사회생활도 잘 했음 좋겠다는 내 바램이었는데, 우연히 시장에 갔다가 그 엄마를 만난 것이다. 길거리에서 서로 손 붙잡고 반갑게 안부를 서로 물었다. 나는 차마 아이 소식들었다고 말은  못했는데,

먼저 울 딸아이 취업한 애길 들었다고 너무 기뻤다고 한다.

나도 시설로 들어간 딸 안부를 묻고 싶었는데 머뭇 거리는 동안 그 엄마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우리 아인 시설에 들어 갔어요"

"아! 그랬어요.."

내 대답이 끝나자마자 애기를 하시는데

" 내가 언제까지 아이를 돌 볼 수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나보다 아이 인생이 나보다 더 길게 살텐데, 애가 스무살이 넘어가니까 아이한테 알맞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해서 찾아 봤는데 다행이 아는 사람이 그 시설의 원장이고 직접 가보니까 직업교육도 따로 해주고 안심이 되더라구요."

이 말을 하는 동안 그 엄마의 눈가가 촉촉하다. 그러고 하는 말이

" 그 아이가 그러네요 난중에 돈 벌면 엄마 맛있는 거 맨날 맨날 사준다는 데 그냥 그 말이 왜 그렇게 내 맘이 아픈지 모르겠네요" 

나도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찌릿찌릿하다. 전기에  연결 된 것도 아닌데, 이런 느낌이 바로 부모들 마음이구나 했다. 그렇게 헤어진지 한 일주일 넘었나 울 딸내미 월급탔다고 엄마 뭐 먹고 싶냐고 문자가 오니 이건 감회인지 아님 슬픈 건지 기쁜건지  어리둥절만 하다. 나보다 더 오래 살면 더 오래 살 인생인데, 내가 죽어도 눈도 제대로  맘 놓고 못 감을 것 같아 잠도 오지 않았다는 그 엄마의 말에 나도 그랬었다고 나도 아이만 생각하면 기가 막히고 앞 뒤 콱콱  막혔었는데, 내가 그렇게 걱정하고 우려한 일은 없었다. 오히려 나에게 뭐 사준다고 문자 보낸 딸내미를 보니 그냥 가슴이 울컥했다. 

 

그래 그렇게 그 동안 고생을 한 이유가 있구나 했다.

사람으로 태어나 살면서 마냥 좋은 일도 있을리 없을 것이고, 나쁜 일도 순서 없이 오는 것도 아닌 것 같다.행운도 불행도 모두 동시다발 진행형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지구 본 돌 듯이 아침에 해가 뜨면 저녁에 달 뜨는 것처럼 고루고루 겪어 보라고 하는 것 같다. 딸내미한테 문자 답을 줘야 하는데 한참 생각이 길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울 딸한테 직접 직장 근처에  차를 몰아 찾아 가보니 으리으리한 아파트 한 동이 기숙사란다. 외부인은 출입금지라 엄마인 나도 못 들어간단다.

울 딸 출세했네 오 마이 갓!

 

화장품 한 셋트를 준다. 이건 뭐냐고 하니까 졸업선물로 회사에서 기념으로 줬단다. 근데 엄마가 쓰라고 한다. 화장품 선물 한 셋트를 선물로 받기는 내 인생에 딸한테 받을 줄 누가 알았을까. 어리벙벙하다. 또 뭐먹고 싶냐고 한다.

 

" 헤헤..청국장 먹을래!" 했더니

엄마도 청국장 먹고 싶었어 나두!

같이 마주보고 웃으니까 그냥 참 좋다.

하나님 이런 날을 주시니 오늘 참 감사합니다 저절로 기도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