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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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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동안 뭐하고 살았는지..


BY 천정자 2013-01-10

지나온 세월을 돌아본다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

한 일은 별로 없고 나이만 잔뜩 든 것 같다.

저울에 올라가면 몸무게 재듯

사는 것도 무게로 재면 얼마나 간단할까 싶다.

 

새해엔 또 무슨일로 나를 화나게 할까 싶고,

좋은 일 많이 생기면 참 좋겠다 마음 속에 기원은 하지만

내 맘대로 되면 또 심심할까 싶어 별별 일을 구비구비마다  곡예를

분명히 탈 것이다. 그저 무사 무탈한 평범한 하루들이 목걸이처럼 연결된 한 해가

되었음 한다.

 

아이들 잘크고 남편 건강하고 친척들 별 해가 없이 지내는 것이 진짜 복이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나이 한 살 더 드니까 아주 좋아하는 것도 싫은 것도 잘 구분이 안간다.

예전에 잘 먹던 음식도 물렸나 시들해지고,

싫고 관심없던 것엔 또다른 호기심으로 찾아본다.

 

친구가 택배로 부쳐서 보낸 것을 열어보니 비타민 영양제다.

우리 나이땐 미리 미리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여야 늙어 몸이 골골하지 않는다고

전화통화 하면서 또 수다다.

딸내미한테 염색좀 시켰더니 제대로 안되가지고 다시 미용실 갔다왔다나.

앞머리는 어떻게 혼자 하겠는데.

뒷통수는 중이 제머리 못 깍는다고 하더니 딱 그 짝이란다.

너하고 나하고 집이나 가까우면 염색계하나 조직해서 서로 구석구삭 해줬음 좋겠다

이렇게 수다를 떨었다.

 

진짜 흰머리 염색계하나 만들까 했더니 모인다고 날만 잡다가 일년 다 갈거 같단다.

나도 이 친구한테 영양제 하나 뭘 보내긴 해야 겠는데 세상에 좋다는 보조식품은 전부 잘 알고 있는 식견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런데도 관절염에 고혈압에 늘 약을 복용하느라 시간 챙기기 바쁘다.

나한테도 그런다.

내가 나를 위해서 한 거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 막히단다.

쥐꼬리만큼도 자신한테 해준게 없어 너무 억울해서 그냥 만사 하루 다 제쳐놓고

게으름도 피우고 하루종일 천장 도배지 꽃무뉘도 몇 천번 세어봤단다.

그런데도 나한테 뭘 해줬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나더란다.

진짜 청춘을 돌려 다오 누가 훔쳐가면 따지기나 하지,

시간을 누가 훔쳐간 것처럼 너무 허전해서 술도 마셔보고 담배도 배울려고 했단다.

그러다가 늦게라도 공부를 해야 되겠다 결심했단다.

"무슨 공부?"

" 나 아는 공부. 내가 나를 몰라도 세상 이렇게 모를까 싶은 거여!"

 

그 공부는 디게 어려울 것 같다고 하니까 히죽히죽 웃는다.

그건 그럴 것 같단다. 아마 오래 걸리겄지 쉽지도 않을테고. 그래도 이만 할때 정신 좀 차려 볼려고 한단다. 그래도  전화도 이렇게 오래 통화도 해주고 말 통하는 말 벗이 얼마나 좋은 지 모르겠단다. 니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살아야 내가 심심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  영양제 보내준 거니까 하루 두 번 먹을 때마다 나를 생각해야 한단다. 전화상이라 그렇지 만났으면 새끼 손가락 걸자고 할 것 같은 분위기다. 

 

나도 나를 잘 알 때가 언제인지 감도 때도 모르는데, 이 친구 나보다 더 한 수 위다.

서로 잘 안다고 막역한 사이라도 모르는 일이나 마음을 짐작도 못 할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럼에도 이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 때마다 나보다 남이 더 궁금한 것은 무슨 요지경인지 모르겠다.

 

친구 잘 둔 덕에 비타민 영양제 먹고 기운차게 그동안 못 본 친구들 안부 전화로 또 수다를 떨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