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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딸이 이렇게 됐어요


BY 천정자 2012-11-29

얼마전 딸아이는 학교에서 취업을 했었다.

중소기업에 취업이 되어 가서 일하고 보니

핸드폰 조립하는 생산직인데


날마다 전화 걸어 나에게 하는 말이

" 엄마 힘들어 죽겠어~~~"

" 엄마 나 좀 데려가~~"

" 엄마 나 졸려 왜 밤에도 일해야 되?"

취업하고 한 일주일 동안 나에게 문자로 전화로 투덜투덜 대었다.

주 야간을 2교대 근무하는 곳인데 어쩌다가 딸애가 야간 근무를 하는데

밤 1시 2시에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엄마도 자지말라고 나 너무 졸린데 힘든데

자고 싶다고 징징댄다.


나 같은 잠퉁이 엄마한테 잠이 오냐고 하니 나도 할 말없고 어이없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수업과 동일한 실습이라 말해도 자긴 다시 학교를 다니고 싶단다.

하루종일 서서 일하니까 다리가 너무 아프단다.

어찌 어찌해서 한 달은 버티다 보니 월급이 나왔는데

야간 근무라고 해도 딸 말로는 에게게 조금 밖에 안 나왔다고 또 투덜투덜댄다.

중요한 것은 울 딸의 숫자관념은 10만원만 넘어가면 엄청나게 많은 건 줄 안다.

첫 달 월급이 150만원이면 딸의 개념 기준으로 어마어마 한데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적다고 했나보다.

이젠 월급이 적다고 당장 그만둔단다.

 

취업되고 난 후 담임 선생님이 따로 나에게 전화를 했었는데

아이들이 힘들다고 전화 오면 처음엔 다 그렇게 힘들다 말씀하시고

집에 돌아 온다고 하면 수업시간이 모자르니 그 현장실습 시간을 이수해야 졸업 할 수 있다고 설명해주란다. 애들 투정에 마음 졸이지 마시고 단호하게 대처를 해야 아이들이 무단 퇴사를 하거나 사라지지 않는단다. 대단한 각오는 아니지만 선생님 말씀을 듣고 난 후 진짜 딸내미한테 그렇게 전화가 오니 나도 따로 대답을 궁리하긴 했는데 힘들다는 말에 부모 마음이 자꾸 흔들렸다.


 

힘들다고 말하면 나의 대답은

" 거봐라 엄마 아빠도  너희들 키우기 위해서 그 고생을   오래 하고 있다"

나보고 당장 데릴러 오라는 말에

" 엄마 낼 선생님을 만나고 애길 해볼까"


 왜 그러냐고 물으니 같이 온 한 친구 엄마는 당장 차를 갖고 와 태우고 갔는데 엄마는 무슨 절차가 그렇게 복잡하냐고 궁시렁거린다.  그렇게 하다가 결국 두 달을 채우고 팀장에게 퇴사를 한다고 말하고 나온다는데 내가 말린다고 될 일도 아니고 부모 된 입장에 이래 저래 아이 선택이 먼저라고 생각해 지켜 보기로 했었다.


일단 집에 돌아 온 딸아이는 제 세상이다.

학교도 다시 나가고 실컷 자고 먹고 그랬는데

나에게 담임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 안녕하세요. 어머님 애가 착해서 복이 많나 봅니다. 글쎄 애가 전에 다니던 직장보다 더 좋은데 가게 됐어요!"


 무슨 소린가 했더니 다니네 못 다니네 하던 직장에서 무단퇴사도 아니고 성실하게 다닌 기록때문에 대기업의 생산직으로 취업이 되었다는 것이다. 상여금이 800%고 학교에서 단 두 명만 입사를 한단다.

그런데  자기소개서에 관심사를 썼는데 또 빵 만들고 싶다고 했단다.

나도 그냥 우하하 웃었다. 울 딸 어쩌면 좋을까..

자기 생각에 그냥 졸업 할 때까지 학교에서 수업받고 버티다가 현장실습 안 나갈려고 꼼수부린 건데

그게 되레 회사에서 어떻게 보였는지 진짜 사람 일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합격 통보를 받은 딸아이 표정엔 어! 이게 아닌데 아예 얼굴에 써 있다.

나도 모르게 속으로 웃고 말했다.

" 어떡허냐 그냥 가야지.." 했더니

' 엄마 나 거기 넘 멀어 못 가 !"

길도 모르고 무슨 일하는지 모른다고 제발 선생님한테 안간다고 대신 말 해달란다.

아이그 취직이 되도 회사가 넘 멀다고 길 모른다고 안간다고 떼부리는 딸내미를 보니 할 말이 없다.

그냥 엄마 옆에서 가까운데 다니고 싶단다.

나도 그렇게 해주고 싶은데, 마냥 응석만 받아 주다간 끝도 한도 없을 것은 분명하다.

아무튼 졸업을 하려면 현장실습을 나가야 한다고 했더니

" 그럼 엄마도 나랑 같이 취업하면 안 돼?"

점입가경이라고 하더니 정말 기가 막히다.

딱 일곱살 짜리 여자아이 생각이다.

몸은 스므살이고. 헤헤

그렇게 억지로 그 현장실습을 보낸지 열 흘이 지났다.

그런데 힘들다고 집에 가고 싶다고 한 번도 전화도 문자도 오지 않았다.

거 참 연락이 안 와도 걱정이다.

몇 칠 후 한 통의 문자가 왔다.


 " 엄마 ! 나 이제 부자 딸이다^^"

무슨 소리가 했더니

회사가 전에 다니던 회사보다 겁나 크고 대우도 좋고 월급도 많이 준단다.

그래서 부자가 됐단다.


 아이구 하나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부자 딸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저절로 기도가 나왔다.